폭스바겐도 3000만원대 맞춘다…내년 쏟아지는 '반값 전기차'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반값 전기차’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이 지금보다 절반 수준인 3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면서다.
12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 판대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36.4% 증가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성장률이 61.3%였던 것에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이에 3000만원대 전기차를 개발 중인 테슬라를 필두로 완성차 업체들이 ‘가성비’에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보급형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17만 위안(약 3100만원) 이하 전기차 4개 차종을 개발하고, 신모델 출시 기간도 4년→2년6개월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현지 소재·부품업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중국 내수 1위 업체였으나 최근 몇 년새 BYD 등 현지 업체에 밀려 애를 먹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에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D.2올(ALL)을 공개하며 2025년 2만5000유로(약 3500만원)가량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텔란티스는 저가 배터리를 장착해 전기차 가격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중국 CATL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원계보다 저렴한 LFP를 탑재해 보급형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내놓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유럽에 LFP 합작 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지난 10월 2만3000유로(약 3200만원) 가격대의 시트로엥 전기 SUV e-C3을 공개한 데 이은 과감한 움직임이다. 스텔란티스는 지프·피아트 등을 통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쉐보레 볼트EV를 미국 시장에서 2만7000달러(약 3500만원)가량에 판매해 온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칼을 갈고 있다. 볼트EV 신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해 원가를 대폭 낮춘다면서다. GM은 당초 볼트EV를 단종하고 보다 고급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자 보급형 강화로 방향을 바꿨다. 르노도 내년 2월 출시할 르노5 E-테크를 3500만원대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유난히 3000만원대 가격에 초점이 맞추고 있는 것은, 가성비를 내세워 시장을 흡수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기관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3만 유로(약 4200만원)가량으로, 미국·유럽 전기차의 50~60% 수준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완성차 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 전망한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불경기일수록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높은 출고가와 고금리가 부담이겠지만 본격적으로 저가 전기차 라인업이 확대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를 중심으로 판매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자동차 업계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에 밀리지 않기 위해 저가 전기차 개발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부터 소재·부품 스타트업까지 전 분야에서 이런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업체들도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 9월부터 대대적인 전기차 할인에 돌입했다. 보급형 신차도 선보인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 캐스퍼 전기차, 기아 EV3·EV4 등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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