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의료AI기업이 하드웨어와 결합 고민해야 하는 이유

김명지 기자 2023. 11. 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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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범부처 의료기기 제품화 전략 설명회
미래에셋 김충현 애널리스트 “AI가치 인정받기 시작”
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 인하대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젊은 의과학자들 연구비 지원 아끼지 말아야”
23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2023 범부처 의료기기 제품화 전략 설명회'가 열렸다./김명지 기자

올해 들어 챗GPT 열풍이 불면서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았으나, 의료 AI 기업이 성장을 이어가려면 하드웨어와 결합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금리 시기에는 연구개발(R&D)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갖춘 기업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려면 첫 단계로 의사를 포함한 젊은 과학자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폭넓게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의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23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3 범부처 의료기기 제품화 전략 설명회’에서 “올해 들어 AI 의료기기 기업이 급등한 것은 AI가 사람들 사이에서 ‘조력자’로 가치를 인정받은 데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주축으로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와 대구첨복단지가 협력해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 4회째를 맞았는데, 의료기기 스타트업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의료 AI는 의사의 진료를 돕는 개념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의사의 조력자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챗GPT 열풍이 불면서 AI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루닛과 같은 국내 의료 AI기업은 다국적 제약사와 연계해 항암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으면서 매출이 빠르게 늘었다. AI가 드디어 동반 진단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하드웨어를 갖고 있는 회사에 굉장히 유리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AI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으로 의료기기 산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은 AI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척추 임플란트 의료기기를 AI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관절 의료기기는 AI기반 통합 솔루션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3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2023 범부처 의료기기 제품화 전략 설명회'가 열렸다./김명지 기자

이날 설명회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려면 젊은 연구자들이 꾸준히 산업계에 유입되도록 연구를 북돋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돈행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대표는 이날 ‘의사 관점에서 본 의료기기 사업화 전략’을 주제로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하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인 이 대표는 인하대병원에서 위장관 출혈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시경 수술 중 출혈에 사용할 수 있는 가루형 지혈제를 개발해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임상의사가 된 후 4년 만에 연구비를 따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며 “의사를 포함해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규모라도 각 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을 넓게 지원해야 이 연구비가 씨앗이 돼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가 인하대 의대 연구실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을 시작한 지혈제는 10여 년 만인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을 받았다. 이 제품은 글로벌 최대 의료기기 업체인 메드트로닉과 손잡고 올해부터 미국 유럽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의료기기는 제품이 개발돼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의 기간이 걸린다. 제품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인허가와 상용화까지 충분한 임상 근거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또 “젊은 의사들이 대학에 남지 않으려는 풍토는 큰 손실이다”라며 “젊은 신진 교수들이 대학에 남을 수 있게 연구비를 줘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김법민 범부처 의료기기사업단장은 지난달 열린 범부처 매칭데이 IR(기업설명회)을 소개하고 “IR 행사에서 10억 원을 투자 유치한 기업도 나오는 등 긍정적 성과가 있었다”라고 전했고,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은 “전주기 연구개발 사업과 맞춤형 지원 서비스로 한국이 세계 최고의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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