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규제보다 中수출 먼저"…엔비디아 '초강수'에 주가는 상승

엔비디아, 中 전용 신규 AI칩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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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새로운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반도체 3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가 강화하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성능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반도체 전문 매체 세미애널리틱스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신규 AI 반도체 HGX H20, L20 PCIe, L2 PCIe 등을 오는 16일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 한 달도 안 돼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 셈이다. 우회로를 찾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85달러(0.83%) 상승한 469.59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은 지난달 엔비디아의 고급 AI 칩 2개와 1개 게임 칩의 중국 판매를 차단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이 규제로 인해 앞서 내놓은 중국 맞춤용 칩 A800과 H800과 게임용 칩인 L40S의 중국 수출이 막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선 추가 수출 통제 조치는 엔비디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엔비디아는 세계 AI 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출 통제 조치로 최고 성능인 A100과 H100 칩의 중국 수출이 금지되자 사양을 다소 낮춘 A800과 H800을 내놓은 바 있다. 추가 조치로 인해 이 제품도 중국에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엔비디아가 이번에 내놓은 AI 반도체는 이전 제품보다 성능을 더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서다. 아론 레이커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선보일 3종의 반도체는 모두 미국이 정한 성능 상한선 아래 있다"며 "이번 신규 반도체로 인해 미국 정부가 어떤 조처를 내릴 지 우려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되레 시장에선 미국의 강경한 규제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에 자국 시장에서 확장할 기회를 줄 것이란 우려가 확산했다. 약 70억달러(약 9조 2000억원) 규모의 중국 AI 용 반도체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엔비디아가 미국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면서다.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대체할 자국산 칩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분석이다.

로이터는 앞서 지난 7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가 화웨이에 AI 반도체를 1600개를 주문했으며 화웨이가 그중 1000개를 이미 납품했다고 보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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