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국의 위안부’ 무죄… 상식 확인하는 데 6년 걸려야 했나
2013년 ‘제국의 위안부’를 출간 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26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무죄 판결, 2심 1000만원 벌금형이었는데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은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제국의 위안부’는 이 문제를 오래 고민해온 학자로서 연구 결과와 소신을 표명한 책이다. 이런 학문적 성과에 대해 법적 처벌 여부를 가린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 교수 재판은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학문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준거(準據)가 되고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박 교수가 기소되자 일본 정부의 식민지배 및 위안부 사죄 담화를 주도한 무라야마 전 총리와 고노 전 관방장관을 포함, 50여 명의 일본 지식인들이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 학문적 연구에 따른 의견 표현을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전체적인 맥락에 비춰 보면 박 교수가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자발적 매춘 행위를 했다거나 일본군에 적극 협력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춘부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2심 재판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학문의 영역까지 검찰이 헤집고, 법원이 시류에 편승한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상식을 확인한 것이 뒤늦은 교훈일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보면 어떤 쟁점도 발견되지 않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박 교수는 2017년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번 사건의 주심인 노정희 대법관은 2018년 8월 전임자의 퇴임으로 사건을 넘겨받고 5년 2개월 만에 판결을 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노 대법관은 좌파·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임명권자의 의중에 맞춰서 판결을 내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판결 역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도 충분히 내릴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 박근혜 정부에서 맺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면서 반일(反日)을 내건 문재인 정권의 기조와 맞지 않아서 미루고 또 미뤘던 것 아닌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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