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묻어달라" 모친 유언 지키다, 與 중책 안은 인요한
“한국에 묻어달라.”
지난달 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블랙마운틴 선교사 마을에서 세상을 떠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모친 고 로이스 린튼(한국명 인애자) 선교사의 유언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한국으로 와 은퇴할 때까지 수십년간 국내 결핵 퇴치에 헌신한 고인의 한국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고인의 바람대로 유해는 지난달 23일 순천결핵재활원 부지에 있는 남편 휴 린튼(한국명 인휴) 선교사 묘지 옆에 안장됐다.
인 위원장이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이같은 어머니의 유언이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당초 국민의힘의 집요한 영입전 끝에 인 위원장은 ‘국민의힘 인재영입 1호’로 지난달 입당을 앞두고 있었다. 연세대와 오랜 인연이 있는 인 위원장을 연세대가 위치한 서울 서대문갑 당협위원장으로 앉힌 뒤 내년 총선에 출마시킨다는 게 국민의힘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모친의 유언에 따라 고인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셔오는데 보름가량 시간이 지체되면서 인 위원장의 국민의힘 입당도 잠정 연기됐다. 그 사이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참패하며 혁신위원회를 출범하게 됐고, 당 지도부는 그에게 총선 출마보다 더 큰 책임감이 부여되는 여당 혁신이란 중책을 떠맡겼다. 인 위원장 영입에 관여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2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한민국과 여당이 이대로 망가져선 안 된다’는 인 위원장의 확고한 소신에 감화됐다”고 말했다.
인요한 "대통령에 거침없이 얘기할 것"
정치권에선 김기현 대표가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혁신위 출범 뒤 인 위원장이 과감한 당 혁신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만큼 혁신위가 총선 출마나 공천 관련 기준을 정립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영남지역 중진 의원들에게 "출마 여부를 혁신위나 추후 들어설 공천관리위 등에 일임하라"고 하거나, 음주ㆍ폭행ㆍ막말 등과 관련한 도덕성 기준을 세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불체포 특권과 같은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방안을 당헌ㆍ당규에 직접 명시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인 위원장은 “며칠 전에 김기현 대표와 식사를 같이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많은 권한을 부여해줬다”고 했다.
이날 오후 인 위원장을 예방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언제든지 윤 대통령과 인 위원장이 연락할 수 있다. 순천만 정원 박람회 때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대화를 많이 하는 걸 봤다”며 “대통령이 누차 얘기한 대로 대통령실이 공천이나 당 운영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함께 일할 혁신위원 인선작업도 자신이 직접 지휘하고 있다. 청년, 여성, 호남 출신 등 국민의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계층을 대거 등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혁신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한 그는 천하람ㆍ김재섭 등 여러 비윤계 인사들에게 혁신위 합류를 제안했지만, 당사자들이 고사했다고 한다. 혁신위는 26일 당 최고위에서 10명 안팎의 혁신위원 인선을 보고한 뒤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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