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30년 협력’ 팽개친 윤석열식 외교…이런 정권 없었다
윤 ‘일방주의 외교’…러, 30여년 만에 북한과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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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가 임박한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확인되면서, 1990년 수교 이후 30여년 동안 우호적 관계를 쌓아온 한-러 관계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대북 제재 ‘이탈’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상황 역시 크게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해졌다.
장기화된 전쟁 속에서 군사적 궁지에 몰린 러시아의 잘못된 판단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4월 섣부른 인터뷰와 뒤를 이은 일방주의적 ‘가치 외교’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만든 거대한 참사로 해석된다.
한국과 러시아는 1990년 9월 수교 이후 지난 30년 동안 줄곧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탈냉전이란 시대적 흐름을 잘 읽은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의 큰 성과였다. 이후 정부들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철의 실크로드 구상’(김대중 정부), ‘한반도 평화 번영 및 동북아 시대 구상’(노무현 정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박근혜 정부), ‘신북방정책’(문재인 정부) 등을 통해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 애썼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엔 양국 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하지만 양국 간 경제 협력 구상들은 사업 성공의 전제가 되는 ‘북핵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한-러 관계에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한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은 지난해 3월7일 러시아가 공포한 ‘비우호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구 선진국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면서도 한-러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앞둔 지난 4월 중순이었다.
윤 대통령은 4월19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등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제공할 수 있음을 강력히 암시한 언급이었다.
그러자 러시아의 거센 경고가 쏟아졌다. 인터뷰가 나온 이튿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무기 전달도 러시아에 대한 공개적인 적대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며 “한국이 이런 행동을 하면 한반도에 대한 우리 접근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그런 조처(한국의 무기 공급)는 두 나라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지난 30년 동안 건설적으로 발전돼온 러-한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1945년 8월 이후 한반도 현대사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왔다. 북한 건국(1948년)과 한국전쟁(1950~1953년)을 주도했고, 1961년 7월 이후엔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맺어 북한에의 안전을 보장해 왔다. 하지만 냉전 해체 뒤엔 한국과 협력을 중시하며 북한과는 상대적으로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후 한국이 정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미국 언론들은 한국이 미국에 155㎜ 포탄을 제공하면 미국이 자신들의 여유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해왔다. 윤 대통령 역시 7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안보·인도·재건 분야의 지원을 약속했고, 10일엔 23억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지원 계획을 내놨다.
결국 러시아는 모자라는 무기 보충을 위해 30여년 만에 북한과 다시 관계를 강화하는 선택을 내렸다. 윤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가치 외교’와 러시아의 무책임한 태도가 지역 정세를 악화시키는 큰 파국을 불러온 셈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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