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2년 전엔 “김일성 ‘홍범도는 공산주의자 아니다’라고 평가”

문광호 기자 2023. 9. 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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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홍 장군 ‘독립운동가’ 면모 부각
최근엔 “국군 뿌리로 봐선 안 돼” 돌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8월24일 출연한 유튜브 영상. 태영호TV 갈무리.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2년 전 “김일성은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고 말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홍 장군 흉상을 이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공산당원이었다는 점을 들고 있는데 북한에서조차 홍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보지 않았다는 점을 태 의원이 주장했던 것이다. 태 의원은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사회주의자였던 그를 우리 국군의 뿌리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 의원은 2021년 8월24일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북한은 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고향인 평양으로 모셔가지 못했을까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지금도 한국에서 일부 사람들이 홍범도 장군의 공과 과를 가리면서 그가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경력이 있으므로 좌익계 독립운동가로 평가하지만 김일성은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이렇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홍 장군을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는 만큼 홍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홍 장군의 유해가 서거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직후 게재한 이 영상에서 태 의원은 “사실 북한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북한으로 모셔갈 꿈도 꾸지 않았다”며 “북한이 갑자기 홍범도 장군의 고향이 평양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저들이 모셔가겠다고 한 것은 홍범도 장군을 존경해서가 아니라 평양이 고향인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대한민국으로 봉환된다면 결국 한반도에서 합법적인 주체는 대한민국이 되는 것은 물론, 해외에 있는 동포들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태 의원은 홍 장군의 독립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했다. 그는 “김일성은 자신의 항일만을 내세우기 위해서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 전투와 같은 독립을 위한 항일무장 활동은 거의 인정하지 않고 북한 주민들에게 홍범도 장군을 마치 소비에트 정권 수립에 일조한 독립군 지휘관처럼 그의 공적을 깎아내렸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홍 장군의 정체성을 공산주의에 동조했던 인물이 아니라 소련에 의해 강제로 이주된 중앙아시아 고려인 동포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홍범도 장군의 유해에 가 있던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사이와도 관계가 좋지 않았다”며 “카자흐스탄에 있던 고려인 사회의 성향은 상당히 좌익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북한 김씨 일가의 세습 독재 정치에 대해서 대단히 거부감이 강하다. 아마 북한이 정말로 홍범도 장군을 평양으로 모셔가려고 했다면 현지 고려인 사회가 반발하고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또 “홍범도 장군의 공과 과를 떠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은 물론 온 가족까지 희생된 장군과 그의 가족의 희생정신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라며 “우리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으로만 멈춰 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냉전의 대결 구도 속에서 너무나도 오랫동안 중앙아시아에 남아 있던 독립군 후손들을 포함한 고려인들이 우리의 관심 밖에 있었다”며 “이제는 그들이 자기의 조국인 한국에서 새로운 삶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가 제도적인 개선책을 모색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때다. 그것이 자신을 고국으로 꼭 데리고 달라고 했던 홍 장군의 유언의 본질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의 평가는 2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태 의원은 지난달 25일 육군사관학교의 홍 장군 흉상 이전 추진이 논란이 되자 4일 뒤인 29일 유튜브에 ‘홍범도 장군 흉상 무조건 이전해야 하는 이유’라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저도 홍범도 유해를 대한민국으로 모셔와서 대전 현충원에 모시는 걸 환영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자였던 그를 일본군과 싸운 공으로 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 국군의 뿌리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며 “군 지휘관들을 키워내는 교육기관에 홍범도 흉상을 세워놓고 생도들이 경의를 표하게 하는 것 자체가 우리 국군의 정체성을 흔들고 생도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홍범도의 행적을 보면 소련 공산당에 입당하고 소련군에 복무했는데,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미국, 중국 등에서 나라가 독립될 때까지 독립운동을 열심히 했으나 그는 생애 말기에 특히 일본과 한창 싸움이 격렬하던 30년대, 40년대에는 독립운동을 포기하고 소련 영토였던 카자흐스탄에 가서 조용히 생을 보냈다”며 “우리 국군의 뿌리를 우리가 찾는다면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 같은 분에서 찾아야지 홍범도 같은 사회주의 계열의 인사를 우리 국군의 뿌리에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지난달 30일 KBS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육군사관학교에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모실 때는 문재인 정부 때”라며 “그때는 왜 이 문제를 공론화 안 했나. 이 문제를 마치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이념 논쟁을 꺼낸 것처럼 지금 프레임을 만드는데 문재인 정부 때 정상적인 절차와 공론화 과정을 거쳤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장군의 흉상이 세워진 것은 2018년 3월1일이다. 2016년 탈북한 태 의원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당시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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