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오펜하이머’, 영화 보기 전에 알면 좋은 이야기들
흥행의 귀재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최초의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가 화제다.
보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보기 전에 알면 흥미로운 수학자 이야기들이 있는데 수학인강 세븐에듀와 자기주도학습 수학싸부 스타강사 차길영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자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천재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여정을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페르미, 파인만, 폰 노이만 등 당대 가장 유명했던 물리학자와 화학자 그리고 수학자 등이 모여 적국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사상 최대의 연구를 했는데 그것이 바로 암호명 ‘맨해튼 프로젝트’였다.
원자폭탄에는 우라늄 폭탄과 플루토늄 폭탄이 있다. 우라늄 폭탄은 폭탄 제조가 쉽지만 우라늄 농축을 하기 위해서는 원심 분리기 수 천 개를 1년 내내 돌려야 하므로 재료 확보가 쉽지 않다. 반면에 플루토늄 폭탄은 원자로에서 사용한 재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폭탄으로 제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영화를 보면 거대한 원 모양의 폭탄을 조각조각 맞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플루토늄 폭탄이다. 플루토늄 폭탄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내파 방식으로 터트려야 하는데 가장 안에 플루토늄을 넣고 그 위에 우라늄으로 덮은 다음 TNT 폭탄으로 덮은 후 360도 기폭 장치를 달아서 동시에 터트린다.
TNT가 터지면 내부 압축이 생겨서 우라늄을 터트리고 우라늄은 다시 내부 압축돼 플루토늄이 터지는 원리로 폭탄 제조가 상당히 복잡했다. 때문에 이게 가능한지 확인하려면 계산을 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모두 사람이 직접 계산을 해야만 했다.
이 계산은 ‘리처드 파인만’과 전국 수학 영재들이 모여 계산했으며 이 결과를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의 내장형 프로그램을 처음 고안한 미국의 수학자 ‘폰 노이만’에게 보여줬고 그가 가능하다고 해서 플루토늄 폭탄을 개발한다. 원자폭탄 테스트에서 사용한 폭탄이 바로 플루토늄 폭탄이다.
딜레마를 떠안은 채 오펜하이머는 결국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전쟁은 종식됐지만 ‘핵전쟁’이라는 새로운 공포와 또 다른 전쟁의 불안이 전 세계를 휘감는다. 그렇게 오펜하이머는 과연 과학이 인간에게 유익하기만 한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에 빠지게 된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펜하이머는 뛰어난 이론 물리학자이자 과학자였다.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무기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에 대한 결괏값을 예측할 수 없기에 전쟁에 마침표를 찍을 원자폭탄 실험 폭발이 성공한 순간 그는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는 ‘바가바드기타’의 구절을 씁쓸하게 읊조린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실행된 로스 앨러 모스에서 일했던 천재 과학자들의 얘기를 빼먹을 수가 없다.
리처드 파인만은 미국의 물리학자로 파인만 다이어그램이라 불리는 아원자 입자의 행동을 기술하는 시공간 다이어그램을 창안했다. 전자기장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하는 양자전기역학을 만들어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며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인기 있는 물리학자로 꼽힌다.
파인만이 박사 학위를 연구하던 당시 세계 2차 대전이 진행 중이었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비밀리에 원자폭탄은 만드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참여하게 되는데 파인만은 한스 베테가 이끌던 이론 물리 팀에서 핵폭발의 에너지 생산량을 예측하는 공식을 만들던 팀의 최연소 리더를 맡았다.
또한 파인만은 물리학자가 아닌 수학자로도 일을 했는데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들을 척척 해결했다. 파인만은 베테와 일을 함께 하면서 능력이 놀라운 정도로 향상되어 3차 미분 방정식을 개발했는데 이는 기존에 있던 이차 미분 방정식 계산보다 훨씬 정확했다.
무엇보다 파인만과 베테 두 사람은 ‘베테-파인만 방정식’이라는 원자폭탄의 효율을 계산하는 공식을 만들었고 1945년 뉴멕시코 주의 실험장에서 폭발 실험을 하면서 계산의 정확성을 입증했다. 베테-파인만 방정식에는 규모에 따른 값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하여 여러 비례계수 및 상수, 기타 함수들이 포함되는데 이 방정식에 대한 모든 것은 미군 기밀정보로 지정됐다.
천재 중의 천재, 20세기 최고의 수학자라고 불리는 존 폰 노이만은 원자폭탄의 연쇄 반응을 촉발하는 데 사용된 폭발 렌즈 설계를 담당했으며 원자폭탄의 플루토늄 핵을 압축해 임계 질량을 달성하는 데 사용되는 폭발 방법의 개발에도 참여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폰 노이만은 의사 결정에 대한 수학적 연구인 게임 이론 개발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자기 복제 기계 이론과 현대 컴퓨터의 아키텍처에도 큰 공헌을 했는데 특히 수학에 대한 공헌은 매우 다양하다.
그는 집합 이론, 함수 분석, 연산자 이론, 게임 이론 등 다양한 수학 분야에 근본적인 공헌을 했으며 이중 가장 중요한 공헌 중 하나가 바로 힐베르트 공간에서 연산자에 대한 수학 이론을 개발한 것이다. 이 이론은 현대 함수 분석의 토대를 만들었으며 물리학, 공학, 컴퓨터 과학 등 많은 분야에 응용됐다.
스타강사 차길영은 “존 폰 노이만은 인공지능(AI)이 반복적인 자기 개선이 가능해져 기술 발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잠재적으로 인류 역사의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특이점의 가능성을 최초로 인식한 수학자 중 한 명이다. 1958년 ‘오토마타의 일반적이고 논리적인 이론’이라는 강연에서 ‘언젠가는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여 기술적인 특이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기술 특이점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했는데 기계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 되면 인간의 존재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AI 발전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의 기술적 특이점에 대한 예측은 시대를 훨씬 앞서갔지만 그의 아이디어는 결국 AI의 발전과 윤리적 고려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수학은 인류와 함께 발전해 왔고 생사와 멸망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가 존속되는 한 수학도 끊임없이 그 자리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효주 기자 hhz@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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