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잼버리 차질없다"던 여가부 장관, 내부보고엔 "인력부족 차질"
인력 298명 계획했지만 "106명으로 하라"
월급 60만원 극악처우에 실제 직원 79명 뿐
도로·교통·방송·전력·배수·폭염 담당자 2명
민간채용 실패하자 뒤늦게 “공무원 파견 부탁"
새만금잼버리 조직위원회가 행사 직전까지 필요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차질없이 준비될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내부에서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특히 안전, 식품, 보건, 의료부문은 전담조직조차 꾸리지 못한 채 준비가 이뤄졌다.
열악한 처우에 인건비 문제까지 겹치자 조직위는 민간 인력을 마지막까지 모두 충원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민간정원을 줄이고 부랴부랴 관계부처와 전라북도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소속 공무원을 보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결국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허술한 조직·인력 계획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력 298명 계획했지만…정부 "106명으로 하라"
10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최근 3년간 잼버리조직위원회 구성계획안 등에 따르면 처음 잼버리조직위 구성계획이 완성된 건 2020년 6월12일이다. 당시 조직위 추진단은 위원장에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두고 위원 150명을 모집하는 계획을 세웠다.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 직원은 총 28명으로 1총장 3본부 7팀 체제로 편성했다. 프리잼버리 준비에 돌입하면 직원을 106명으로 늘리고, 세계잼버리 본행사 준비 때는 298명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조직도 5본부 12부 40팀으로 대폭 늘리려고 했다.
계획에 따라 지난해 7월이면 298명까지 인력이 늘어나야 했지만 2021년 7월 행정안전부와 여가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에서 무산됐다. 대신 정부는 기존보다 대폭 줄어든 106명으로 잼버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조직위는 '인건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입장이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인건비 예산이 편성돼야 하는데 당시에 안됐기 때문에 그런 결정이 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조직위에 인건비 예산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은 채용실태 때문이다. 조직위는 올 2월까지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못했다. 실제 일하는 직원들은 79명으로 결원률은 25.4%에 달했다. 18개 실무부서 중 인력이 제대로 충원된 부서는 4곳뿐이었다. 특히 행사준비에 반드시 포진시켜야 하는 민간전문가를 제대로 섭외하지 못했다. 민간충원율은 46.6%에 그쳤다. 지난해 민간전문직 채용 공고를 6차례나 시도했지만 미달인원은 27명 중 7명이었다. 100명을 채우지도 못하는 조직에 300명치 인건비를 섣불리 지급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월급 60만원'…극악 처우에 실제 직원 79명 뿐
잼버리조직위에 인력충원이 원활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열악한 처우가 있다. 잼버리조직위에 소속되면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서 근무를 시작해야 한다. 민간전문가도 월급은 최저 230만원에 불과하다. 파견직의 경우 보수가 월 60만~80만원으로 더 낮다. 근무 기간도 길어야 1년이고 짧으면 3개월 만에 끝난다. 최대 900만원에 달하는 월급이 책정된 임원들이나 1000만원이 넘는 명절휴가비를 받은 조직위 사무총장과 비교하면 민간부문 처우가 지나치게 열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준비인력이 부족하자 조직위 안에서도 잼버리 준비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가 작성됐다. 조직위 측은 지난 2월 내부보고서에 “민간전문직 채용 및 민간파견을 통한 충원이 어렵다”면서 “지금까지 인력부족으로 위기상황 대응, 안전관리, 보건의료 대책 및 지원, 대규모 인원에 대한 수송·급식 업무를 전담조직 없이 추진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잼버리 행사에 대한 이해부족과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행사준비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잼버리 개최가 채 다섯 달도 남지 않았던 지난 3월에도 식품위생·안전, 수송대책에 대해 “인력충원이 필요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는 잼버리 준비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발언과 배치된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잼버리 개막이 열 달 남았는데 잘 진행될 것 같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차질없이 준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고 덧붙였다. 실무진들은 인력난으로 잼버리 준비에 난항을 겪었는데, 정작 위원장인 여가부 장관은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듯한 발언을 했다.
편의시설·도로·교통·방송·전력·전기·배수·수도·폭염 담당자 단 '2명'
정부는 뒤늦게 문제를 깨닫고 행사가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대적인 인력충원에 나섰다. 민간채용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조직위는 중앙부처와 전북 시·군에 공무원들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 최소한 58명은 확보하기로 했던 민간인력 정원도 공무원 파견을 위해 38명으로 대폭 줄였다. 잼버리를 앞두고 이뤄진 크고 작은 정부인력 요청만 7차례다. 잼버리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공동 조직위원장에 추가시킨 것도 이때다.
구인난을 겪었던 부서에서는 결국 준비 미비로 인한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기반시설팀이 대표적이다. 새만금잼버리 전체 기반시설을 담당하는 인원은 2명뿐이다. 이들에게 부지 전체의 배수, 편의시설, 폭염 대비시설, 도로·교통·방송·전력·전기·수도의 설치 및 유지관리를 맡겼다. 업무가 몰려 준비상황을 점검하지 못하면서 야영장에 물이 고이고, 폭염 시설을 충분히 설치하지 못했다. 2명에 불과했던 급식관리팀에서는 썩은 계란이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잼버리 인력난에 대해 주무부처인 여가부 측은 “행안부에서 인력을 검토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력이 줄어든 것 같다”며 “최종 인원인 100여명은 행안부에서 결정해서 통보해줬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실제 인력이 좀 부족했다”면서 “이후에도 각 부처와 지자체에 인력 파견을 요청했지만 사무국 위치가 새만금이라 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한편 잼버리 종료 후 행사 파행과 관련해 대대적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주 중 잼버리 조직위와 전북도, 여가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은 조직 구성 과정뿐 아니라 부적절한 예산집행 등 전 분야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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