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성장'한 2분기…'짠물 정부' 기조에 하반기도 '험로 예고'
2분기 한국 경제는 1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였다.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지만 2분기 연속 1% 미만 성장은 제자리걸음 정도로 읽힌다. 소폭 성장의 속을 들여다보면 웃기 힘들다. 소비, 투자, 수출 모두 마이너스다. 수입이 더 준 탓에 순수출(수출-수입)이 5개 분기만에 플러스 전환한 게 성장의 토대다. '불황형 흑자'에 기댄 '불황형 성장'이 한국 경제의 현주소란 얘기다.
특히 정부 지출 감소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걱정거리다. 건전 재정은 필요하지만 민간 소비 등의 부족분을 상쇄하는 것도 재정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가용가능한 재원 중 상당부분을 상반기에 당겨쓴 정부가 '추경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정부의 GDP 성장률 기여도는 -0.5%p(포인트)다. 정부가 우리 경제 성장을 그만큼 갉아먹었다는 의미다. 정부 소비가 역대급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 2분기 정부 소비는 전기 대비 1.9% 감소했다. 1997년 1분기(-2.3%) 이후 약 2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 보장 현물 수혜가 줄어든 결과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2분기 들어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전분기 대비 크게 감소하면서 건강보험급여 지출이 1분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건 그만큼 재정 긴축 효과가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을 나홀로 이끈 민간소비도 2분기 들어 뒷걸음질쳤다. 순수출 증가율이 5개 분기 만에 전기대비 플러스 전환한 게 위안거리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이른바 '불황형 성장'의 모습을 보인 건 걱정을 키운다.
향후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수출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내수 활력은 떨어지고 있다. 재정은 여전히 긴축 기조다.
우선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7월 1~20일 수출입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은 312억3300만달러로 같은 기간보다 15.2%(56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6월 16개월만에 흑자(+11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던 무역수지가 이달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거의 없다. 7월 1~20일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2% 감소했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제기구뿐 아니라 한은과 정부가 줄줄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가 경기 둔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뜩이나 내수가 어려운데 정부마저 지갑을 닫으면서 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민간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건 그만큼 내수에 정부 재정이 부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라며 "내수가 위축됐을 때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카운터-시클리컬'(counter-cyclical·경기대응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과거와 같이 대폭적인 확장 재정, 적자 재정 정책을 펴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경기 부진 상황 아래서는 재정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위적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풀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세수 펑크 상황이지만 세입경정조차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하 교수는 "그나마 정부가 재정을 상반기에 많이 당겨서 집행했는데 이는 곧 하반기에는 재정이 더 긴축적일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현상태로 흘러간다면 하반기에도 재정정책이 경제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추경이라는 옵션을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성 교수도 "대규모 추경은 아니더라도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추경은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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