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車 괜히 샀다, 못바꿔 짜증…‘내구성 황제’ 렉서스, 벤츠 잡았다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7. 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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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팬·전기차 돌풍에 판매급감
충전고통과 화재불안에 ‘역주행’
가장 현실적 친환경차로 재도약
렉서스, JD파워 내구성평가 1위
수입차 시장에서 인기높은 렉서스 ES와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도요타, 벤츠]
“일본차, 이제는 망했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나온 말입니다. 계기가 있습니다.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입니다.

첫 번째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산업 핏줄을 무시한 일본 아베 정권의 경제도발입니다.

아베 정권의 만행에 분노한 한국인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노재팬)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일본 제품 중 가장 비싼 자동차도 타깃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죠.

실제로 도요타(렉서스 포함), 혼다와 함께 일본차 삼각편대를 형성했던 닛산(인피니티 포함)이 2020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다만, 불매운동 이전에도 철수 분위기는 감지됐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일본차 브랜드 중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품 경쟁력 등 닛산 자체 위기 때문이죠.

물론 불매운동이 닛산 철수의 마중물은 아니지만 잔을 넘치게 하는 마지막 한 방울 역할은 했습니다.

전기차 붐을 일으킨 테슬라 모델3 [사진출처=테슬라]
두 번째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입니다. 테슬라 모델3는 서서히 다가오던 전기차(EV) 시대를 급속도로 앞당겼습니다.

돌풍을 넘어 태풍으로 위력을 키운 모델3에 자극받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포르쉐,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폴스타, 폭스바겐, MINI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진출했습니다.

테슬라가 일으킨 전기차 붐은 완전한 전기차 시대가 올 때까지 가솔린·디젤차와 전기차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여겨졌던 하이브리드카(HV)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하이브리드카 리더는 도요타입니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는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장악한 상태였죠. 렉서스는 ‘일본차 리더’ 자리도 차지했습니다.

렉서스를 대표하는 차종은 프리미엄 하이드리드카인 렉서스 ES입니다. 서울 강남에서는 현대차 쏘나타만큼 많이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강남 쏘나타’의 원조입니다.

렉서스 ES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 독일차가 주도하는 수입차 프리미어리거 ‘E세그먼트’(Executive cars)에서 일본차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렉서스 ES, ‘충전 빌런’ 덕에 다시 살아나
렉서스 ES 하이브리드 시스템 [사진출처=도요타]
노재팬과 전기차 대세에 가장 타격받을 차종도 당연히 렉서스 ES였습니다. “닛산에 이어 렉서스 시대도 끝났다”는 평가가 나올 즈음 상황이 변했습니다.

우선 아베 정권이 물러났습니다. 노재팬도 덩달아 동력이 약해졌습니다. 한편으로 경쟁하고 한편으로 협력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맞게 일본을 다시 바라보는 한국인들도 많아졌습니다.

일본 전체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 피해를 주는 일본인(주로 혐한 정치인)과 일본 제품을 구별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예상보다 급하게 열린 전기차 시대는 충전 시스템 부족, 화재 발생, 전기료 인상 등 암초를 만났습니다.

덩달아 원조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카의 ‘가교’ 가치가 다시 높게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차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렉서스 ES는 전기차 역풍에 힘입어 ‘수입차 제왕’ 벤츠까지 잡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수입 프리미엄 대표차종인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사진출처=벤츠, BMW]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하이브리드카는 15만1108대 판매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2.9% 판매가 늘었습니다.

전기차는 전년동기보다 13.7% 늘어난 7만8466대 팔렸죠. 하이브리드카가 전기차보다 두배 가까이 많이 팔리고 판매증가세도 더 높았습니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는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4.3%와 63.8% 각각 늘었습니다. 올들어 하이브리드카의 증가세가 가팔라졌죠.

하이브리드카 성장세를 주도한 차종은 ‘하이브리드 제왕’이라 평가받는 렉서스 ES300h입니다. 수입차 트림별 판매 순위에서는 ‘대장주’로 여겨지는 벤츠 E클래스까지 잡았습니다.

KAIDA에 따르면 렉서스는 올해 상반기에 6950대 판매됐습니다. 전년동기보다 121.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대수가 0.2% 감소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입니다. 수입차 브랜드별 순위는 5위입니다.

6월에는 전년동월보다 판매대수가 69.9% 늘어나면서 3위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BMW와 벤츠 다음입니다.

1등 공신은 역시 렉서스 ES300h입니다. 올 상반기 4465대가 판매됐습니다. 하이브리드카 1위입니다.

수입차 트림별 판매 순위에서도 5918대 판매된 1위 BMW 520에 이어 2위입니다. 벤츠 E350 4매틱은 4105대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강남 쏘나타’ 원조의 새옹지마
렉서스 ES 인테리어 [사진출처=도요타]
렉서스는 국내에서 ‘새옹지마’(塞翁之馬)를 대표하는 수입차입니다.

렉서스ES는 서울 강남에서는 쏘나타처럼 많이 보이는 수입차라고 해서 붙여진 ‘강남 쏘나타’의 원조입니다.

수입차 시장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앞서 강남을 장악했죠. 렉서스 ES는 2004~2005년 경쟁차종인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제치고 수입차 1위 자리를 2년 연속 차지했습니다.

렉서스는 이후에도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 항상 포함됐지만 2009년부터 쇠락했다. 같은해 8월 미국에서 악재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렉서스 ES350이 시속 190km로 폭주하다 4명이 죽는 사고가 터졌죠. 사고 원인 조사 결과,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코롤라, 캠리, 프리우스 등 도요타 차종에서도 결함이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서도 토요타와 렉서스 품질에 대한 신뢰는 분노로 바뀌었고 대규모 리콜이 시작됐습니다.

렉서스 ES 주행 장면 [사진출처=도요타]
결함 논란 직격탄을 맞은 렉서스 ES 판매대수는 급감했습니다. 2009년 수입차 2위에서 2010년 8위, 2011년 11위, 2012년 23위로 급락했죠.

렉서스는 5년간 결함 후폭풍에 시달렸지만 2014년부터 점차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2019년에는 다시 2~3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2019년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노재팬이 진행되고 전기차 대세까지 가세하면서 다시한번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렉서스 ES는 수입차 1위 자리까지 노리던 2019년에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는 호황을 기록하던 지난 2020년에는 6위로 떨어졌습니다.

렉서스는 2021년에는 2위로 치고 올라왔지만 전기차 대세에 눌려 다시 5위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기름값 폭등과 전기차에 대한 불편·불안 확산으로 다시 기회를 얻었습니다.

차는 속 썩이지 않는 ‘내구성의 황제’
전기차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렉서스가 출시한 UX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일본차 불매운동과 전기차 대세 속에서도 렉서스 ES 판매 증가세를 이끈 것은 품질과 서비스입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진행한 ‘2021 자동차 기획조사’에서도 렉서스는 수입차 초기품질(TGW-i)·내구품질(TGW-d)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전국 자동차 보유자 및 2년 이내 차량 구입 의향자 총 9만5382명을 대상으로 초기품질과 내구품질 기획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초기품질은 새 차 구입 후 평균 3개월 동안 사용하면서 경험한 품질상의 문제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합니다.

내구품질은 새 차 구입 후 3년이 지난 소비자가 보유 기간 사용하면서 경험한 품질상의 문제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하죠.

렉서스는 컨슈머인사이트 수입차 판매서비스 만족도(SSI) 및 AS 만족도(CSI) 조사에서도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렉서스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23년 내구품질조사(VDS, Vehicle Dependability Study)’에서도 고급브랜드 1위에 올랐습니다.

제이디파워는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난 고객들을 대상으로 184개 항목에 대한 내구품질 만족도를 조사한 뒤, 100대당 불만 건수를 집계합니다.

렉서스 ES,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사진출처=도요타, 벤츠, BMW]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렉서스 ES는 ‘내구성의 황제’라 불리는 렉서스의 대표차종답게 고장도 잘 나지 않고 연비도 좋아 ‘속 썩이지 않는 차’로 유명하다”며 “적어도 1~2년 동안은 수입차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렉서스 ES 주요 구매자는 50대 이상으로 한정된데다 실내·외 디자인이 너무 무난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렉서스 ES의 위기는 렉서스의 위기가 되는 상황에서 도요타의 장점이자 단점인 가이센(개선)을 뛰어넘는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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