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고속도 두고 당정 ‘몰랐다 → 재검토 → 백지화’…야당 “특권 실체 밝힐 것”

조미덥·문광호 기자 2023. 7.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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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변경 ‘김건희 특혜 의혹’ 불거진 후 수세적 대응하다 반격
여 “이해찬 고발” 야 “국조도 불사”…총선 전 수싸움 지속될 듯
강상면 현장 간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강득구 단장(왼쪽에서 세번째)과 의원들이 6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땅을 지나도록 변경됐다는 의혹에 대해 ‘사업 원점 재검토’ 등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정부·여당은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면 백지화’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업 백지화는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라며 “특권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백지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처가 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수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6번 국도의 극심한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도로로 국토교통부에서 2017년부터 추진됐다.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지난해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공고에도 종점은 양서면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8일 국토부가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되면서 김 여사 일가에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여사 일가는 변경된 종점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 축구장 3개 넓이(2만2663㎡)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국토부는 강상면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지 몰랐고, 지역 주민의 요구와 경제성을 바탕으로 종점 변경을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평군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원 장관에게 양평에 고속도로 나들목이 있어야 한다는 양평 주민들의 주장을 전한 것이 계기였다.

국토부는 기존 노선은 학교 주변이어서 나들목을 뚫을 수 없기 때문에 노선 변경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상 이용자의 90% 이상이 종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환승하는 수요라서 더 아래쪽으로 꺾인 강상면 종점안이 경제적이라고 했다. 종점 변경에 따른 사업비 증가는 140억원에 불과하다는 해명도 있었다.

김 여사와 관련해선 원 장관이 “(김 여사 땅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고, 김 전 의원도 “김 여사와 전혀 상관없이 양평 주민을 위해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 땅이 선산이고, 종점부가 고속도로 진출입이 안 되는 분기점(JCT)이라 토지 이용에 제약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부터 불거졌던 윤 대통령 처가 땅 리스크 키우기에 나섰다. 강득구 의원을 단장으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진상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조사 후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강상면 종점 인근 현장을 방문했다. 강 의원은 “(종점 변경으로) 쓸모없는 땅이 황금 땅이 될 수 있다”며 “최소 2배 이상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처가 카르텔”이라고 공격했다.

원 장관이 ‘원점 재검토’ 입장에서 이날 ‘전면 백지화’로 강하게 나간 것은 민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무고한 것이 밝혀지면 민주당 간판을 내리라” 등 강한 발언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노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도 했다.

원 장관은 백지화에 따른 반발 여론은 민주당 탓으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처가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을 무산 책임자로 만들어 정치적 이득도 보겠다는 계산이다.

원 장관의 승부수가 계산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갑작스러운 백지화는 오히려 의혹의 실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울 수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국책사업을 장관이 마음대로 취소한 데 따른 비판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원 장관의 전면 백지화야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민주당은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조미덥·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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