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목받는 미·중 대화 복원, 한·중도 소통 채널 되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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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장관 방중, 무력충돌 방지 장치 등 논의
한·중 차관급 전략 대화, 민간교류 확대가 필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1박2일 중국 방문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베이징에서 그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에 이어 어제는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정치국원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잇따라 만났다. 2018년 이후 5년여 만에 이뤄진 미 국무장관의 방문이었다. 시 주석은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지금 국제사회는 중·미 관계의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양국이 충돌하고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중·미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을 꺼리고, 중·미의 평화 공존과 우호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의 이익을 존중하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마찬가지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하고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중국의 분명한 레드라인을 제시하면서도 대화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이 방중 직전에 언급한 대로 양측은 고위급 대화 채널 복원,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가드 레일’)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도 관심이다.
마치 ‘치킨게임’하듯 상대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던 미·중이 대화 모드로 전환하는 모양새는 국제정치적으로는 매우 다행스러운 구도다. 물론 미·중의 전략 경쟁이 관계개선 국면으로 돌아섰다고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갈등 와중에도 대화를 모색해 가는 복합적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미·중 사이 한국의 외교 전략에도 고민과 숙제가 던져졌다. 윤석열 정부는 미·중의 대화 국면 전환 흐름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외교 공간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한·일 관계 정상화, 한·미 동맹 강화에 이은 한·미·일 안보협력에 올인하는 와중에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어색해졌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으로 비외교적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안보를 위한 동맹 외교가 제일 중요하지만, 철저히 국익을 도모하는 탄력적 외교를 함께 펼쳐야 한다. 한·중 관계를 마냥 불편한 상태로 방치하지 말고 차관급 전략대화 등 각종 소통 채널을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를 위한 물밑 접촉도 좋겠다. 정치적으로 껄끄러울 때는 민간 교류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계·문화계는 물론 청소년 등 민간 차원의 인적 교류도 추진해 볼 만하다. 지방자치단체 간 상호 방문 역시 이해 증진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제 정세가 복잡다단할수록 단선적 외교보다는 다층적인 그물망 외교를 추진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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