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횡령 직원 '관리 소홀'로 같이 해고된 지점장...중노위 "부당해고"

곽주현 2023. 6.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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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거액 횡령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리자인 지점장을 해고한 것은 과도한 징계라는 판정이 나왔다.

횡령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행위 당사자와 관리자를 동일하게 처분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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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감독 소홀 맞지만 해고는 과도한 징계"
게티이미지뱅크

직원의 거액 횡령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관리자인 지점장을 해고한 것은 과도한 징계라는 판정이 나왔다. 횡령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행위 당사자와 관리자를 동일하게 처분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18일 공개한 판정문에 따르면, 중노위는 올해 4월 13일 중앙농협 구의역지점 전 지점장 A씨가 농협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초심에 이어 재심에서도 부당해고가 인정된 것이다.

A씨는 중앙농협 구의역지점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10월 해고됐다. 30대 직원 B씨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75번에 걸쳐 약 5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한 것이 밝혀졌는데, 농협은 이 중 '인증토큰'이 활용된 69건(47억700만 원)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이 A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인증토큰은 온라인 거래 시 정당한 사용자 여부 확인을 위한 보안장치인데, 해당 지점 인증토큰 관리 책임자는 A씨였다. 문제는 A씨가 대출 담당자였던 B씨에게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대출의 적정성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B씨는 이를 악용해 마음대로 대출을 일으켜 고객의 돈을 빼돌렸다. 이에 더해 규정상 B씨는 2년 이상 같은 업무를 담당할 수 없었지만, 업무 미숙을 이유로 서류를 조작해 B씨가 계속 대출 업무를 맡도록 한 것도 징계사유에 해당됐다.

그러나 중노위는 징계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과실은 있지만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이를 정도에 해당하지는 않아 해고가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본 것이다. 중노위는 "B씨가 고객, 가족 및 친구 휴대폰 번호를 임의로 변경해 각종 안내 문자메시지가 통보되지 않도록 조치하거나 임의로 만든 도장을 통해 고객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당 대출금을 횡령한 점, 이 사건 관련 감사에서 지적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B씨의 횡령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정 이유를 설명했다.

중노위는 또한 A씨가 30년간 농협에 근무하면서 징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해고 처분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중노위는 "횡령 행위자의 비위행위를 미리 알아내지 못해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A씨의 관리감독 소홀이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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