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급 206만원에 37개월…"공보의 싫다, 현역 갈것" 75%
최근 20대 의과대학생 A씨는 대학 졸업 뒤 의사 면허를 따면 현역병으로 입대해 의무병에 지원하기로 했다. 의무병은 군 의무실에서 군의관을 보조하고 환자를 간호한다. 의사 면허증을 활용하지 않고 일반 병으로 간다는 것이다. 부모님도 “짧고 굵게 갔다 와라”고 권한다. 일반 현역 병은 18개월(육군 기준)인데 비해 군의관은 38개월, 공중보건의사(공보의)는 37개월이다. A씨는 “복무 기간이 너무 차이 난다. 일반 병 입대를 고민하는 동기가 많다”라고 말했다.
MZ 의료인 軍 복무 인식 첫 조사…“현역 가겠다” 75%
응답자 92.2%는 주변에 일반 병으로 입대한 의료인이 있다고 답했다. ‘후배에게 현역(일반 병) 복무를 권유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85.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대공협 측은 “젊은 의료인 사이에 일반 병 선호 현상이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의대 입학생의 절반가량이 여학생이 차지하면서 공보의나 군의관 자원이 크게 줄어 정부가 고민해왔는데, 일반 병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됐다. 군 단위 지역 의료 공백도 더 커지게 됐다.
응답자들은 일반 병 입대 선호 이유(복수 응답 가능)는 ‘장기간 복무에 대한 부담’(9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개선되지 않는 처우(65.4%), 불합리한 병역 분류(30.7%)가 뒤를 이었다. 일반 병의 복무 기간은 2003년 24개월(육군 기준)에서 2011년 21개월로 줄었다가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18개월로 줄었다. 반면 공보의는 1979년부터 44년 동안 변화 없이 복무 기간 37개월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병사의 처우가 개선될 동안 공보의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일반 병사의 월급이 130만원(육군 병장 기준)인데 비해 공보의는 206만원(일반의 기본급 기준)이다. 차이가 많이 줄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5년까지 병사 월급(지원금 포함)을 205만원으로 올릴 계획이어서 차이가 더 줄어든다.
의료취약지 의료공백 가시화…“처우 수십 년째 제자리”
의사가 일반 병으로 입대하면 자대 배치할 때 상당수가 의무병으로 빠진다고 한다. 경남 지역에서 일하는 2년 차 공보의 김모씨는 “주변 사례를 보면 현역병으로 갔을 때 의무병 배치가 상대적으로 많다”며 “아는 공보의들끼리는 당장 현역으로 빠지는 의대생이 우리보다 빨리 제대한다고 자조한다”고 말했다. 의사·의대생 관련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공보의·군의관 기간 긴 거 ㄹㅇ(‘레알’의 초성을 따서 ‘진짜’라는 뜻) 극혐(극도로 혐오)” “국가에 투쟁하는 건 현역 지원뿐” 등과 같은 글도 올라와 있다.
신정환 대공협 회장은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는 공보의·군의관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복무 기간 단축, 처우 개선 등을 조속히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공보의(의과·치과·한의과), 특히 의과 신규 공보의는 매년 줄어든다. 2017년 814명에서 올해 450명으로 6년 만에 45%가 줄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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