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고백부터 괴롭힘?…그 흔한 위협, ‘구애 갑질’

한겨레 2023. 6. 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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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애를 거절당했으면 마음을 접어야지, '치사한 줄 알면서' 괴롭히고 따돌린다니, 진짜 좋아한 거 맞아요? 갑질로 사랑을 얻겠다는 '찌질', 아니 '저질' 인간은 '손절'하는 게 현명합니다.

'구애 갑질'이라고 해요.

'구애 갑질'도 예방하고, 연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평가도 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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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ㅣ직장내 구애 갑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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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속 상사가 퇴근 뒤 불러내 사귀자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그 뒤 상사가 “네가 거절해서, 치사하지만 앞으로 너를 괴롭힐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생계도 걸리고 너무 두려워 정당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참았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괴롭힘이 심해지고 제 정신도 피폐해져서 대응하려고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사적인 대화를 일부러 피하기 시작한 뒤부터 그가 직장 내 따돌림을 조장하고 있습니다.(2023년 4월 닉네임 ‘더이상참지않는다’)

A. ‘찌질 끝판왕’ 상사군요. 구애를 거절당했으면 마음을 접어야지, ‘치사한 줄 알면서’ 괴롭히고 따돌린다니, 진짜 좋아한 거 맞아요? 갑질로 사랑을 얻겠다는 ‘찌질’, 아니 ‘저질’ 인간은 ‘손절’하는 게 현명합니다. 닉네임처럼 더이상 참지 마세요.

사적 대화를 거절한 시점부터 따돌림을 조장한다고 하셨죠? 상사의 구애 거절 전과 후 달라진 행동을 상세하게 기록하세요. 따돌림은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요. 모든 대화 녹음하시고요. 지난 4월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 등의 행위”를 괴롭힘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새로 부임한 상무는 피해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피해자의 부하 직원들을 포함하여 회사 직원들로 하여금 피해자를 왕따시키도록 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는 점심 식사도 혼자 하게 됨.” 매뉴얼에 나온 실제 사례입니다. ‘더이상참지않는다’님 상황과 비슷하죠?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고 사표 쓰지 마세요. 똥 치울 책임은 사장에게 있으니까요. 신고하고 분리 조치 요구하세요.

‘솔로 직장인’들에게 알려드려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연애 얘기 아니에요. 한번은 고백할 수 있지만, 두번은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구애 갑질’이라고 해요.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 사적인 대화나 만남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랑 아니고 갑질, 폭력입니다. 반복하면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최대 징역 3년, 벌금 3천만원에 처할 수 있어요.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계속된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구글, <시엔엔>(CNN) 등 세계적 기업들은 평가 관계에 있는 상사와 직원의 연애를 금지하거나 인사팀에 보고하게 하고 있습니다. ‘구애 갑질’도 예방하고, 연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평가도 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0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한 직장인 1천명 설문조사에서 14.9%가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구애 갑질’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사장님들 회사 운영하기도 바쁜데 직원 연애까지 신경 써야 하냐고요? 헌법 제32조는 직장에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는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증진 의무를 부여하고 있어요. 일터에서 괴롭힘, 성희롱, 스토킹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은 사장님의 중요한 책무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회사 사규에 ‘사내 연애 금지’ 조항을 넣는 방안을 두고 토론해보면 어떨까요? 찬반 여부를 떠나서 이 주제 토론만으로도 ‘구애 갑질’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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