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로 암 치료 백신 만드는 기술 나왔다… “재발·전이 차단 치료제에 활용”

진준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

인공 면역원성 세포 사멸 지질 나노입자(AiLNP)를 이용한 암 면역 치료의 모식도. /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를 원재료로 하는 획기적인 암 치료 백신의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마우스 실험을 통해 대장 상피 세포암과 폐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향후 암의 재발과 전이를 차단하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진준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에서 획득한 표면 단백질을 항원으로 이용한 암 치료 백신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암 치료는 수술 후 남아 있는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화학적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암의 전이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암세포에 대한 면역 기능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기존 치료법은 면역 치료에는 효과가 없는 편이다.

최근 들어 항암 약물을 매개로 한 면역원성 세포사멸(ICD)을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요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할 때 암 세포 내부의 면역 활성 물질과 암 세포의 항원 단백질이 면역 활성을 유도해 암의 전이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다만 ICD 유발에 사용되는 항암제가 과거에 쓰던 것 그대로여서 기대했던 전이·재발 차단 효과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팀은 효과적인 면역 활성을 유도하기 위해 종양 세포의 막단백질과 면역원성 세포 사멸 시 발생하는 단백질을 이용해 새로운 지질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이 나노입자는 크기가 2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로 면역원성 세포 사멸 지표인 ‘HMGB1′과 ‘Calr’를 표면에 장식했다. 연구진은 이 나노입자에 ‘AiLNP(Artificial immunogenic cell death lipid nanoparticl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나노입자를 마우스 체내에 투여한 결과 항원을 포식하고 표지해 T세포의 활성을 유도하는 비장 수지상 세포가 활성화됐고, 이로 인해 독성 T 림프구가 암세포를 직접 사멸하는 것도 확인됐다.

진준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암 치료 백신 기반 기술은 암 항원에 대한 특이적 면역 활성을 유도하여 그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다”며 “조직검사 또는 수술적 암 치료로 획득한 환자의 암세포를 이용하여 제작이 가능해 향후 재발 및 전이 차단용 백신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4월 29일 게재되었다.

참고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DOI : https://doi.org/10.1002/adfm.202302825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