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대부분은 사회적 난임…개인 탓 아냐"
신생아 10% 난임시술 시대
난임 '종착역' 서울역센터서
'김유신 장군님'으로 불려
"난임치료로 고생하는 건 여성
남편의 정서적 지원 중요"
"아기를 못 갖는 고통을 '가족을 잃는 사별보다 더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난임 환자의 마음고생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주치의는 치료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 불안감을 덜어줘야 합니다."
매일경제와 만난 김유신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 진료부원장(교수·사진)은 난임 환자의 특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난임 환자들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차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센터에서도 대기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스타 의사다. 외국인 환자만 연 5000여 명씩(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준) 방문하는 서울역센터에서 김 교수 한 명이 진료하는 환자는 내외국인을 포함해 월 2500여 명에 달한다. 난임 부부들 사이에서 김 교수는 겉으로는 '시크'하지만 환자에게 최선의 방향을 제시하는'김유신 장군님'으로 불린다.
김 교수의 진료실 벽은 아기 사진들로 '도배'돼 있다. 치료에 성공해 아이를 가진 부부들이 감사 인사와 함께 보낸 사진들이다. 난임 치료에 성공한 부모들은 걸어다닐 만큼 자라거나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된 아이와 함께 김 교수를 찾아오기도 한다. 그들에게 그만큼 아이가 간절했고, 난임 시술의 성공이 지극한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의대생 시절 산부인과 실습을 돌 때 산모가 아이를 받아준 의사보다 난임 시술을 해준 의사에게 먼저 찾아간 것을 봤다"며 "난임 환자의 애환과 기쁨에 감명받아 이 분야를 전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난임 치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환자의 불필요한 걱정을 덜고 안정을 주는 것이다. 난임 환자들은 여러 번의 실패를 겪으며 아이를 영영 갖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난임 시술을 받으면 특별한 소수의 경우가 아닌 이상 대부분 임신할 수 있다"며 "환자들이 다소 사무적이라고 느낄지라도 팩트 위주로 환자 상태를 전달해 불필요한 마음고생을 하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국내 난임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출생아 26만500명 중 정부의 난임 시술비 지원을 받아 태어난 아이는 2만1219명(8.1%)으로 12명 중 1명에 달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 지원을 못 받은 부부를 포함하면 신생아 10명 중 1명이 난임 시술을 받아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난임 증가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에서 찾았다. 고령과 건강 문제 등 환자 개인의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출산·육아 친화적 환경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교수는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로 안정적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인간의 몸이 임신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며 "난임으로 고통받던 환자가 휴직하는 등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임신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난임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모성 보호에 대한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과 출산에서 여성이 겪는 부담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특히 남성 배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의사 입장에서 보면 남성은 하는 일 없이 갑자기 아버지가 되고 여성은 임신 전·중·후의 기쁨과 슬픔을 혼자 짊어진다"며 "남성 배우자가 아내를 배려하고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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