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대주주 주식 매각에… 투자자들 대혼란

대주주 매각은 시장서 고점 신호
증권가, 매수·매도 의견 엇갈려
“이룸티엔씨 주식매도는 승계작업”

에코프로 포항 캠퍼스. 에코프로 제공

2차전지 대장주로 주목받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회사대표와 그룹 회장의 가족기업이 최근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의 주식 매도는 시장에서 고점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도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투자 의견이 매수와 매도·중립으로 엇갈리면서 투자자들 혼란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사장은 지난 2일 자사주 2000주를 주당 25만4000원에 장내매도했다. 이는 약 5억원어치로 지난달 받은 자사주 상여금 중 절반을 팔아치운 규모다. 앞서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가족기업 ‘이룸티엔씨’ 역시 지난달 11~26일 약 603억7543만원 규모의 회사주식을 팔았다.

이룸티엔씨는 이 회장, 배우자 김애희씨 등 이 회장 가족구성원들이 지분을 100% 보유한 가족기업으로 에코프로비엠의 2대 주주다. 이번 회사주식 매각으로 이룸티엔씨의 에코프로비엠 지분율은 5.01%에서 4.80%로 내려갔다. 에코프로 임원도 지난달 회사주식 1924주를 장내매도했다.

대주주와 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주식매각은 시장에서 보통 고점 신호로 인식된다. 일반 투자자들은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큰손’들의 매도를 주가 하락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들어 각각 480%, 159.10%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이룸티엔씨의 주식 매도는 승계 작업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주사인 에코프로 지분을 늘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했다는 분석이다.

대주주의 주식 매도가 나타난 와중에도 빚을 내 에코프로 그룹주를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은 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일 기준 2465억7200만원으로 한 달 전(1707억원)보다 44.37%(약 757억원) 증가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3954억2900만원으로 전달 대비 9.93%(약 357억원)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투자를 위해 자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증가했다는 것은 빚을 내서라도 에코프로 관련 종목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투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에프앤가이드에 등록된 10여개 리포트 중 매수, 매도·중립 의견은 5대 5로 갈린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중립에서 매도로 바꿨다. 단기 과열 구간을 지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신한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호재와 가파른 성장세를 고려해 에코프로에 대한 매수 의견 등 긍정적 분석을 내놨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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