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베이징 외교전 단상…한국의 좌표는?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베이징은 바야흐로 외교의 계절이다. 집권 3기를 시작한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의 활발한 정상외교, 대만 전현직 총통의 방중·방미 등이 최근 숨 가쁘게 전개되는 동안 베이징 주재 특파원으로서 각 측의 대중국 기조를 관찰하는 기회를 가졌다.
먼저 일본과 대만의 길은 '견제' 중심이다. 그 배후에는 미국과의 일체화 추구를 통한 안전보장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1∼2일 방중해 대만 해협, 동중국해 상황 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대만과 동중국해 긴장 상황이 자국 안보에 직결된다는 인식인 듯했다. 하야시 외무상 방중 전날인 3월 31일 일본이 미국 주도 대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동참을 의미하는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국의 고강도 경고 속에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나 양측간의 무기 거래를 포함한 안보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27일부터 7일까지 전현직 대만 총통으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한 마잉주 전 총통의 길은 중국을 포용하는 동시에 그 '품'에 안김으로써 '충돌'을 피하고, 교류 확대를 통해 이익을 도모하는 길이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가장 그럴듯해 보였던 것은 5∼7일 방중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할 말 하고, 이익도 챙기는 길'이었다.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제공 가능성에 경고 메시지도 내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는 반대 입장도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 50여 명을 데려가 중국 측과 20여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과 6시간의 시차가 있는 프랑스에 비해 한국은 중국과 너무 가까이 있다.
북핵 위협에서 국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때문에 우리가 겪었던 것 같은 '홍역'을 중국과 치를 일이 프랑스엔 없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베이징에서 접촉해본 중국인들은 한국의 대중국 정책이 '일본의 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 즉, 한국도 점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깊숙이 참여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다. 강제징용 문제 타협을 둘러싼 한일 접근이 그런 생각을 굳히게 만든 것 같다.
그런 중국의 시선에 우리는 고민할 것 없이 '그렇다'고 답하는 것이 최선일까. 그러기엔 한국의 입장이 일본과 적지 않게 다르다.
중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의존도는 한국보다 작고, 일본인들이 중국에 대해 느끼는 안보 위협의 정도는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기 어렵다. 한국이 북핵 위협에 대해 그러하듯, 일본은 중국을 실질적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내달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둔 지금 한국의 대중국 정책을 치열하게 고민할 때가 온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한미일 공조 강화 속에서도 한국의 현실에 입각한 선별적 대중국 견제와 공조의 길을 갈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중관계에서 서로 상·하한 선을 그음으로써 오해와 오판이 주는 불신을 피하고, 할 수 있는 범위의 협력은 내실 있게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연구와 소통 아닐까 한다.
지난달 공식 출범한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전례 없는 1인 권력 집중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한국의 정치 시스템과는 이질감이 더해져 가는 중국에 대해 국민감정도 좋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국익을 위해 더 중국과 소통하고, 속내를 읽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1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로 왕래에 제약이 사라졌음에도 양측 당국 간 인적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그래서 아쉽다. '무관심'은 정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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