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더 줘" 컨테이너로 막힌 아파트…곳곳서 공사비 갈등

김평화 기자 2023. 3. 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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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19일 서울 동작대교에서 한 시민이 서초구 일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연간 22.09%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연간 20% 넘게 떨어진 것은 2006년 조사 이래 처음이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진 2008년 -10.21%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하락이다. 2023.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가 공사비 분담을 놓고 전국 곳곳에서 시공사와 시행사, 조합 간 갈등 사례가 생겨난다. 심한 경우 일반 분양자들의 입주까지 막는 상황이 벌어진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인상, 금리 인상 등 외부변수들로 시공사가 쓴 공사비가 늘어났지만, 시행사나 조합은 당초 예상과 달라 추가 공사비에 선뜻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 아파트의 입주예정일이었던 지난 1일 이 단지 입구는 컨테이너로 막혔다. 불이 켜진 가구는 없었다. 당장 잘 곳이 없어진 예비입주민들은 급하게 잠자리를 찾아야 했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과 아파트 조합이 추가 공사비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시공사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조합에 100억원 가량을 더 낼것을 요구했다. 조합원 1명당 8000만원 이상을 더 내야하는 것.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시공사는 일반분양자의 입주까지 막았다. 총 299세대 중 153세대가 일반분양이었다.

최고 101층 높이로 부산 해운대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주상복합시설 '엘시티'(LCT)는 추가 공사비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준공 3년을 훌쩍 넘겼지만 시공사와 시행사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추가 공사비 규모는 약 2400억원에 달한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2019년 11월 준공 후 7개월 지난 2020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행사인 ㈜엘시티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상대로 총 2391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18년 3월 양사의 필수 사업비 증액 합의(581억원)를 통해 포스코건설은 추가 공사비 388억원을 받은 바 있다. 소송 금액을 더하면 포스코건설이 시행사에 요구한 추가 공사비는 최대 2779억원이다. 최초 도급공사 계약 당시 체결했던 총 공사비는 1조4730억원이었다.

포스코건설은 시행사가 여러 차례 실시설계 도면(CD)을 변경한 이유로 최초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공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엘시티PFV는 '총액도급계약'(LUMP SUM)을 해놓고 포스코건설이 말을 바꿨다고 반박한다.

이달 초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 써밋'에 공사비 갈등이 불거졌다.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조합이 합의한 도급계약 규모는 총 1662억원이다. 이중 공사비 903억원이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여기에 추가로 공사비 증액분 400억원과 연체이자, 금융비용 270억원을 합해 670억원을 입금할 것을 이달 초 조합 측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입주제한'을 언급했다. 미수 공사비 903억원과 추가 공사비 400억원, 연체이자·금융비용 270억원 등 총 1573억원을 우선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에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입주 제한은 당사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행사"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합은 계약서와 법령, 판례 등을 살펴봤을 때 대우건설의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요구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계약서에 따른 공사비는 상가와 보류지 등을 매각한 자금으로 늦더라도 낼 예정인데, 입주제한 카드까지 꺼내며 공사비를 올려달라는 건 과하다는 것.

구태열 조합장은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아 당황스럽다"며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계약서에 명시돼있고, 한국부동산원 검증결과에 따르기로 합의했는데 (대우건설이) 이를 무력화하는건 타당하지 않고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도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 4월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에 커뮤니티 고급화와 특화설계 등에 투입된 공사비 등 1560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조합은 공사비 증액이 타당한지 여부를 검증해줄 것을 한국부동산원에 요청한 상태다.

신반포 메이플자이도 시공사인 GS건설과 조합이 수개월째 난항을 겪으며 공사비 협상을 진행중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물가상승은 기본이고 자금조달 비용 증가, 고급화 등 추가요청 반영 등 공사비를 올릴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며 "시공사 선정 때와 상황이 확연히 달라진 상황에서 적자를 보면서 공사를 강행할 순 없고, 공사비 인상은 상생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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