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MZ세대 노조의 미래
지난달 22일 오전 6시 3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 1층 로비. 울산, 창원, 충북 진천에서 상경한 현대모비스 생산직 노조원 100여 명이 점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연말 지급된 성과급 외에 추가로 특별격려금 300만원을 받았지만, 이 돈이 현대차 수준(400만원+주식)에 못 미친다며 추가 지급을 요구했다. 시위 현장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본사 사무실로 출근하다 시위에 동참한 20~30대 사무직 직원들이다.
2030 사무직 직원 10여 명은 “투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른 생산직 노조원들과 함께 “(현대모비스 사장)은 집에 가라” “성과급 즉시 지급하라” 구호를 외쳤다. 한 생산직 노조원이 “현대차랑 차별당하니 기분이 X 같다”고 외치자 사무직 직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들은 로비에서 스피커를 크게 틀고 임을 위한 행진곡, 파업가 등을 부르면서 1시간 반 넘게 시위를 이어갔다. 같은 건물에 입주한 다른 회사 직원들은 출근길 큰 소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시위가 끝날 무렵 생산직 노조원들은 “가방끈이 긴 본사 직원들도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 꼭 승리하겠다”며 본사 사무직 직원들을 앞으로 불러내 박수를 쳤다. 2030 사무직 직원들은 마이크를 잡고 소속과 실명을 밝혔다.
10명 남짓한 숫자였지만, 회사 측에선 적잖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 간부급 인사는 “회사 생활 중에 처음 보는 장면”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에서 본사 2030 사무직 직원이 민노총·한노총 시위에 참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제는 2030 직원들이 회사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위에 나선 또래 직원들을 보며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조 활동은 자유지만 빨간 띠 두르고 회사 로비를 점거하는 식의 구시대적 방식을 답습해야 하나. 건물을 점거하고 고성·소음을 내며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집회 방식을 불편하게 느끼는 이들도 많다.
기존 노조의 투쟁 방식을 비판하며 2030세대가 만든 ‘MZ 세대 노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2030이 주축이 된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가 출범했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부산관광공사 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 노조, LG전자 사람중심 노조, LS일렉트릭 사무 노조 등 8개 노조가 모인 협의체다. 조합원은 6000명을 웃돈다. 이들은 “시대가 바뀐 만큼 다른 방식의 시위로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현대모비스 노조 간부들은 지난달 17일부터 2주째 본사 건물 23층 사장실 옆 회의실을 점거하고 숙식 농성 중이다. 시위할 땐 하더라도 실용적이고 유연한 협상 전략으로 접근할 순 없을까. 이런 방식의 시위는 구성원과 회사 모두를 피로하게 한다. 노조원의 권익을 찾으면서도 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미래의 주축인 2030세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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