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한 김부장, 프리랜서로 다시 출근해요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2023. 2. 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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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퇴직자들이 공장환 탤런트뱅크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탤런트뱅크】

# 유통 분야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했던 50대 A씨는 2021년 회사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을 했다. 은퇴 뒤 곧바로 경기 불황에 따른 한파가 닥치면서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A씨를 구한 것은 한 스타트업의 '베테랑 패키지' 프로그램이었다. A씨는 베테랑 패키지를 통해 자신이 20여 년간 일했던 전 직장에 돌아가 주 3일 근무하는 프리랜서 자격으로 10개월간 일할 수 있게 됐고, 충분한 수입을 올리며 다른 직장에 재취업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하던 업무를 하니 마음도 편하고 안정적으로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처럼 한번 퇴직한 전문인력을 프리랜서 전문가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긱이코노미 스타트업 탤런트뱅크(대표 공장환)가 지난해 출시한 베테랑 패키지가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베테랑 패키지는 퇴직한 중소기업 전문인력을 탤런트뱅크 플랫폼에 프리랜서 전문가로 등록한 후 자신이 일했던 기업에서 한시적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일할 수 있게 중개해주는 서비스다. 베테랑 패키지 주요 고객은 경기 침체나 인수·합병(M&A) 과정을 거치면서 불가피하게 인력을 감축한 중소기업 또는 외국계 기업이다. 이 같은 회사들은 구조조정 이후 1년 안팎의 기간이 지난 뒤 경영 정상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일감이 늘어 인력이 다시 급하게 필요해지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퇴직금까지 받은 퇴직자들을 다시 일일이 기업이 접촉해 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직접 '재고용'하기에는 노무 문제와 4대 보험 등 부대비용 등에 대한 기업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입장에서 직무교육이 필요한 신입 직원을 곧바로 신규 채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부담스럽다.

베테랑 패키지는 이 같은 현실에 착안해 퇴직한 직원들을 프리랜서 전문가로서 프로젝트 단위로 일종의 용역 계약을 맺어 전 직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주선해준다. 예를 들어 전 직장에서 수출 업무를 맡았던 차장급 실무자라면 프리랜서로 기업에서 필요한 기간만큼 파트타임 또는 풀타임으로 다시 수출 업무를 맡아 일하게 된다. 기업은 별도의 고용·교육 절차 없이 즉시 필요한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고, 퇴직한 직원도 자신의 전문성을 그대로 살려 일할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다.

계약은 보통 3~10개월 단위로 이뤄지며, 프리랜서 전문가는 퇴직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면서 다른 기업에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다. 월 단위로 탤런트뱅크가 회사에서 임금을 미리 받아 예치했다가 지급하기 때문에 임금 지급 유예 등에 대한 리스크도 없다. 회사에서는 프리랜서 전문가가 일하는 동안 대체인력 채용과 업무 인수인계 등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허정욱 탤런트뱅크 팀장은 "구조조정을 마치고 턴어라운드하는 중소기업의 인력 공백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면서 퇴직자들도 재취업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어 양쪽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숙련된 중장년 인력을 중소기업과 매칭해주는 서비스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기술자숲(대표 공태영)은 제조산업 분야 전문인력을 중소기업에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플라스틱 성형, 금속 가공 등 기업에서 꾸준한 경력을 쌓은 제조업 분야 40·50대 기술 인력을 사업 확장 등 이유로 인재를 원하는 파트너사에 매칭해준다. 다만 숙련된 제조 기술자는 몸값이 높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에는 기업 부담감이 크다. 이 때문에 단기로 근무하는 사례가 많지만 기업 만족도가 높으면 정규직으로 재취업되기도 한다.

상상우리(대표 신철호)는 4050세대를 위한 전문 취업 플랫폼 '워크위즈'로 인기를 얻고 있다. 워크위즈는 4050세대를 원하는 기업의 채용 공고만 모아놓은 플랫폼으로, 총무·인사·경리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중장년층 일자리는 보통 건물 경비·배달 노동자 등 단순 노무직에 치중될 때가 많지만 워크위즈는 여러 분야의 일자리 정보를 제공해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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