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조작해 콜 몰아주기’…카카오모빌리티, 과징금 257억

반기웅 기자 2023. 2. 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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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장 지배 남용” 철퇴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우대
승객과 거리 더 멀어도 우선 배차
기사 수락률 연동 AI 배차 방식도
비가맹 기사에게 불리하게 설계
콜 몰기로 2021년 시장 점유율 94%
카카오 “행정소송 등 대응 강구”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 가맹 택시(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준 카카오모빌리티에 250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 ‘알고리즘 조작은 없었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과 달리 공정거래위원회는 알고리즘 조작이 은밀히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14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앱의 중형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회사 등이 운영하는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를 우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했다. 카카오T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 100%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분을 투자한 디지티모빌리티가 운영하는 가맹 택시다.

카카오T앱 사용자가 앱을 통해 일반 호출을 하면 비가맹 택시와 카카오T블루 구분 없이 모두 배차를 받을 수 있는데, 이때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에 우선적으로 배차를 몰아줬다. 카카오T블루는 일반과 가맹 호출(블루호출)을 모두 수행하지만, 비가맹 택시는 일반 호출만수행한다.

2019년 3월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고 1년여 동안 ETA(승객과 가까운 기사에게 배차하는 방식) 로직을 운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먼 거리에 있는 카카오T블루 기사에게 먼저 콜을 줬다. 2~4분 거리에 있는 비가맹 기사를 제쳐두고 6분 거리에 있는 카카오T블루 기사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블루에 대한 ‘콜 특혜’를 적극 활용해 가맹 사업 규모를 불려나갔다. 2019년 작성한 내부 자료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배차의 주목적은 가맹 택시가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 것에 초점이 있는 로직”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4월 중순부터는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기사에게 우선 배차하고 실패하면 ETA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배차 로직을 바꿨다. AI 추천은 택시기사에게 승객 호출 사실을 알리고 수락 여부를 물었을 때 수락률이 40~50% 이상인 기사들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락률과 연동한 AI 배차 방식도 비가맹 기사에게 불리했다. 애초에 카카오T블루 기사의 평균 수락률은 70~80%에 달하는 반면 비가맹 기사의 수락률은 10% 수준에 그친다. 카카오T블루 기사는 1개 호출에 대해 1개의 콜카드(콜알림)를 수령하는 방식으로 콜을 받는다. 콜카드가 뜬 뒤 3~5초 내 별도의 콜멈춤 버튼을 눌러야 거절로 간주된다. 자동으로 배차되는 블루 호출도 수락률 산정에 포함한다.

하지만 비가맹 기사는 수락률을 높이기 어렵다. 콜카드가 뜬 뒤에 별도로 거절하지 않으면 모두 거절로 간주된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표면적으론 수락률·인공지능에 기초한 배차라 객관적이고 차별성 없는 배차처럼 보일지 모르나, 구조적으로 비가맹 기사에게 불리하게 설계됐다”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러한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수락률을) 배차의 중요 요소로 도입했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로 카카오T블루 기사는 비가맹 기사보다 월평균 35~321건(2019년 5월~2021년 7월 기준)의 호출을 더 받았다. 같은 기간 월평균 운임 수입도 비가맹 기사의 1.04~2.21배였다. 콜이 몰리고 수입이 늘면서 카카오T블루 수는 2019년 말 1507대(점유율 14.2%)에서 2021년 말 3만6253대(점유율 73.7%)로 증가했다. 카카오T앱 호출만을 수행하는 가맹 택시 수가 늘면서 일반호출 시장에서의 지배력도 높아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반호출 시장 점유율은 2019년 약 92.99%에서 2021년 94.46%로 증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일반호출 시장 독점은 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8월 승객의 스마트호출 요금을 올렸다. 앞서 2021년 3월에는 기사에게 월 3만9000원의 이용료를 내면 호출에 혜택을 주는 프로멤버십을 출시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입장문을 내고 “택시업계의 영업 형태를 고려한 사실관계 판단보다 일부 택시 사업자의 주장에 따라 제재 결정이 내려져 매우 유감”이라며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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