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또 날아온다”…하늘 휘젓고 다니는 무인기, 막을 방법이 없다 [박수찬의 軍]
지난달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으로 서울 일대 방공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군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소모품처럼 쓰는 드론, 방어 부담 커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이란에서 들여온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동원, 지난해 9월부터 우크라이나 내 인프라와 군사시설 등을 공급하고 있다.
최대 250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하는 샤헤드-136의 대당 가격은 2만 달러(약 2500만원). 민간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부품으로 제작, 기록적으로 낮은 비용구조를 갖췄다.
러시아산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1발 가격이 100만 달러(약 12억 50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군은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우크라이나를 괴롭힐 수단을 하나 더 얻은 셈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에서 지원받은 나삼스, 호크 지대공미사일과 전투기, 대공포,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등을 총동원해 샤헤드-136을 요격하고 있다. 지난 1~2일 러시아군이 발사한 드론 80여기를 격추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저가 소형 드론을 요격하는 대가가 너무나 비싸기 때문이다. 서방이 제공하는 방공무기들은 고가의 장비로서 지원할 수 있는 수량이 제한되어 있다.
드론으로 지상 표적을 공격하는 비용이 방어하는데 필요한 비용보다 낮으면, 방어하는 측은 드론 공격을 차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방어자산을 보충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보다 드론을 추가하는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드론 전문가 샘 벤데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샤헤드-136은 싼값에 소모품처럼 쓸 수 있다”며 “공격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방어비용이 크면 방어하는 쪽이 압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수량의 드론 방어체계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것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수량도 부족하다. 뱀파이어 14개로는 우크라이나 전역을 타격하는 샤헤드-136의 공습을 저지하기가 어렵다. 키이우를 비롯한 대도시와 군사시설, 사회 인프라 방어에만 수백개가 필요하다.
북한 무인기는 샤헤드-136보다 느린 속도로 비행한다. 고도 등이 변칙적으로 움직이는데다 크기도 작다. 탐지도 타격도 쉽지 않다.
북한 무인기 침투 위협에 대해 군 당국은 물리적·비물리적 수단을 통해 요격하고, 탐지 능력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군은 북한 무인기 침투에 맞서 소형무인기대응체계(Block-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업체(LIG 넥스원) 주관 방식으로 착수된 소형무인기대응체계 개발은 최전방에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전자전 장비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국지방공레이더 및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와 연동해 소형무인기를 탐지하고 항적정보를 받아 전파방해를 실시해 경로를 이탈시키거나 추락을 유도할 수 있다. Block-II 개발을 통해 자체 탐지레이더, 영상식별장치를 추가하는 등 단계적으로 기능을 확장할 예정이다.
대공포는 낙탄 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레이더 요격무기는 발전기 등을 포함한 체계를 모두 구축해 주요 시설에 배치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요구된다.
전파방해를 통해 무인기의 위성항법체계(GPS)를 교란, 경로를 이탈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인근 지역에서 사용중인 전파 송수신 장비까지 마비시킬 위험이 있다. 전파방해를 실시해 추락시킨 드론이 민간 거주지역에 낙하할 경우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한다.
전파방해가 김포, 인천 국제공항에 접근하는 민간 항공기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공기는 비행과정에서 정확한 비행위치를 찾고자 GPS를 쓴다. 인공위성에서 항공기 위치를 파악해 위치정보 신호를 송신하면 비행기가 수신한다.
전파방해에 의한 GPS 교란이 발생하면 비행기의 안전 비행에 악영향을 미치며, 최악의 경우에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11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북한이 전파방해를 시도했는데, 이로 인해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비행하던 민간 항공기들이 GPS 교란 현상을 겪었다.
무인기를 탐지하는 것도 난도가 높다.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 항공기는 피아식별장치를 탑재하지만, 무인기는 장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 무인기를 탐지할 수단은 전방 육군 부대의 국지방공레이더가 유일하다. 레이더에 나타난 무인기를 식별하는 절차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다.
군에 제출된 사전비행계획 및 민간 드론 특징과 북한 무인기 관련 정보 등을 인공지능(AI)을 통해 융합, 운용요원이 빠르고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이더의 정확도를 대폭 끌어올려 무인기 감시 및 추적 작전을 수행할 것인지, 별도의 감시장비를 추가해서 통합 운영할 것인지를 기술·전술적 측면에서 면밀하게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소형무인기 위협에 대한 대응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우리나라도 2014년 북한 무인기 침투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논란을 빚었고, 그때마다 군은 대응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진입했다. 그만큼 무인기 대응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북한 소형무인기의 낮은 성능을 근거로 “큰 위협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크고, 자폭 드론 공격이 이뤄질 경우 발생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대응책이 필요하다. 실질적 차원의 방어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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