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까지 21조원 적자···밑빠진 독 한전을 어찌할꼬[뒷북경제]

세종=우영탁 기자 2022. 11.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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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3분기에도 7.5조원 적자···누적 21.8조원
전력도매가 급등했지만 인상 억제하며 팔수록 손해
벼랑 끝 한전, 회사채 무더기 발행···이달에만 1.5조원
한전법 개정안 통과 안되면 곧 회사채 발행도 막혀
해법은 요금 정상화지만···기재부는 물가때문에 소극적
[서울경제]

한국전력이 올 3분기에도 7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올해 누적 손실액이 2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을 7원 40전 올렸지만 에너지 가격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한전의 올해 누적 적자가 3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 와중에 한전채는 이달 들어 단 열흘 사이에 1조 5000억원 이상 발행했습니다. 자금시장 경색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전은 분기 결산 결과 올 들어(누적 기준) 매출 51조 7651억 원, 영업손실 21조 834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전체 영업적자 5조 8601억 원의 세 배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7조 7869억 원, 6조 5164억 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3분기에도 7조 5309억 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한전은 전력 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전력도매가격(SMP)이 두 배 이상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올 3분기까지 한전의 연료비는 24조 3335억 원, 전력 구입비는 30조 766억 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조 8103억 원, 15조 729억 원가량 늘어났습니다.

반면 전기 판매 수익은 지난해 1~9월 42조 5182억 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47조 9568억 원으로 5조 4386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한전의 전력 평균 판매 단가는 116원 40전으로 구입 단가(148원 40전)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전력 구입비는 4분기에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다. 이날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SMP는 ㎾h당 7월 151원 85전, 8월 197원 74전, 9월 234원 75전, 10월 253원 25전으로 지속해서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중(RPS)을 지난해 9%에서 올해 12.5%로 대폭 확대하며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 역시 뛰고 있습니다. 전날 기준 REC 가격은 6만 4059원이었는데, 지난해 11월 11일 3만 8319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연말 RPS를 맞추기 위해 REC 구매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따랐습니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를 회사채 발행으로 막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일까지 한전채 발행액은 25조 4500억 원입니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10조 3200억원)의 두 배가 넘습니다. 신용등급 AAA급에 금리가 연 6%에 육박하는 한전채가 쏟아지면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상황입니다. 한전채 금리는 전날 기준 연 5.95%였습니다. 한전이 이 같은 적자를 이어가며 한전채 발행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채권시장 혼란도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가 한전채 발행을 줄이기 위해 은행 대출을 늘리기로 했지만 대출만으로는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사채 발행으로 적자를 막는 것 올해까지입니다. 내년부터는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가 쪼그라들기 때문입니다. 한도의 기준이 되는 자본금과 적립금이 대폭 삭감되는데, 올해 91조 8000억 원에 달했던 사채 발행 한도는 내년 29조 4000억 원(전망치)으로 축소됩니다. 이미 누적 발행액(10일 기준 65조 7500억 원)이 사채 발행 한도를 넘겼기 때문에 결산이 끝나는 내년 4월부터는 사채 발행이 아예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여야가 자본금과 적립금 합의 두 배인 사채 발행 한도를 5~8배로 완화하는 한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레고랜드 발 자금 시장 경색’으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전기요금 현실화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통상 전기요금이 ㎾h당 10원 오를 때마다 한전의 연 매출이 5조 원 증가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이에 내년 초 전기요금을 ㎾h당 50원 이상 인상해 25조 원의 여유 자금을 한전에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한전의 올해 누적 적자액은 30조 원이 넘을 것”이라며 “버틸 수 있는 수준은 애초에 넘어섰던 만큼 정부가 전기요금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요금 인상의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는 물가 급등을 이유로 논의에 소극적인 상황입니다. 미국의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나오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언제 다시 연료비가 폭등할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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