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영조가 왕세손과 함께한 하루…'옛일을 생각하며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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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년 3월 21일 어느덧 여든을 넘긴 영조는 왕세손을 데리고 중국 명나라 황제의 칙서를 보관하던 경봉각(敬奉閣)을 찾았다.
참배를 마치고 홍문관, 춘방, 승정원 등을 돌아본 그는 다음 날 그 감회를 글로 남겼다.
당시 81살이었던 그는 왕의 자문기관인 홍문관에서 유교 경전인 시경(詩經)을 강론하고 세자의 교육 담당 기관인 춘방에서는 훗날 정조가 되는 왕세손에게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읽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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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774년 3월 21일 어느덧 여든을 넘긴 영조는 왕세손을 데리고 중국 명나라 황제의 칙서를 보관하던 경봉각(敬奉閣)을 찾았다.
참배를 마치고 홍문관, 춘방, 승정원 등을 돌아본 그는 다음 날 그 감회를 글로 남겼다.
글의 제목은 '억석년회천만'(憶昔年懷千萬), 옛날을 생각하니 회포가 천만 가지라는 뜻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11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영조가 옛일을 생각하며 글을 적은 현판'(억석년회천만 현판)을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조선의 제21대 왕인 영조는 53년간 재위하며 조선의 역대 왕 중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있었다.
즉위 과정에서 당쟁의 폐해를 안팎으로 겪었던 그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탕평책을 적극적으로 행했고, 균역법 등 국정 운영을 위한 제도 개편과 문물 정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영조가 옛일을 생각하며 글을 적은 현판'은 노년에 접어든 영조를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당시 81살이었던 그는 왕의 자문기관인 홍문관에서 유교 경전인 시경(詩經)을 강론하고 세자의 교육 담당 기관인 춘방에서는 훗날 정조가 되는 왕세손에게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읽게 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문종이 당시 집현전에 나가 밤낮으로 학문에 몰두하던 것을 본받고자 한 것"이라며 "왕과 왕위 계승자가 성군의 도리를 익히고 수양하기 위해 수시로 공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영조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경봉각을 참배한 일, 승정원과 춘방을 찾아간 일, 홍문관과 춘방에 가서 강독한 일이 뜻밖이라고 느꼈다.
그는 중국 고대 요 임금이 태평성대의 세상을 노닌 것처럼 올해 자신이 궁궐을 노닐고 있는 일 등을 비교하며 옛날에 행해졌던 일과 이날의 일이 우연히 일치한다며 그 내용을 후손에게 보이고자 글을 남겼다.
또 승정원 호방 승지(戶房承旨) 이재간에게 글씨를 쓰게 하고 현판으로 만든 뒤 삼원(三院), 즉 세 관서(官署)에 걸도록 명했다.
박물관은 "조선시대 궁중 현판에는 왕이 글을 짓거나 글씨를 쓴 사례가 매우 많았다. 그 내용과 의미를 널리 알리고 후대까지 잊지 않도록 하고자 현판에 새겨 궁궐 건축물의 안팎에 걸었다"고 설명했다.
현판 뒷면에는 '츈방 셔남'이라는 글이 남아있어 춘방 서남쪽에 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궁궐을 비롯해 별궁, 행궁, 종묘 등 조선 왕실 관련 건축물에 걸렸던 궁중 현판 775점을 소장하고 있다. '영조가 옛일을 생각하며 글을 적은 현판'은 상설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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