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째깍째깍'..경고등 켜진 韓 가계부채
현대硏 "가계 부채 증가율, 경제 성장률 웃돌아"
70%가 변동금리..금리 인상 충격 오롯이 받는 취약 구조
"現 위기 장기화로 취약 부문 순차 부실 가능성"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금의 경제 위기는 과거와 달리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고, 취약 부문들이 순차적으로 부실화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한국의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구 부채 비율 통계를 보면 지난 2008년 138.5%였던 것이 지난 2018년 185.0%, 2019년 188.2%를 거쳐 2020년 200.7%까지 급증했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가구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돈 대비 두 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작점이었던 지난 2007년 미국의 가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구 부채 비율인 144.7%를 압도하는 것이며 2020년 기준 주요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하며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수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발간한 ‘금융 불안정성, 장기균형선 넘고 있다!’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2020년 1분기~2022년 2분기) 이후 국내 금융 시장 변동성 수준을 과거 경제 위기 때와 비교한 결과 가계의 금융 불균형 정도는 78.5로 장기평균(50.0)을 상회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불균형 정도인 75.4보다 높은 수준이다. 가계 금융 불균형이 높아졌다는 것은 가계 신용(부채) 증가율이 실물 경제 성장률을 웃돌았다는 의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 대유행 영향으로 신용 시장의 불균형이 특히 심화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책 당국이 가계·기업의 신용 증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 리스크 확대가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인용해 발표한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전인 2008년 1분기에 99%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부채 축소 노력을 지속해 올해 1분기 77%까지 하락했다. 반면 한국은 2008년 1분기 70%에서 올해 1분기 105%로 크게 상승해 미국과 달리 총량 관리에 실패했다고 오 의원은 지적했다. 오 의원은 “대한민국은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2011년 55%에서 2021년 70%로 상승했으나, 미국은 2011년 13%에서 2021년 10%로 하락했다”면서 “금융 회사들이 금융 리스크를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금융당국이 지난 10년 동안 방치한 결과로 금리 인상기에 취약 차주의 상황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단행한 올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우리나라 가구 이자 부담이 54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현재 위기가 쉽사리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비교해 봤을 때 현재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더 좋아지긴 했지만, 이번 위기의 핵심은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며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추가적으로 금리 인상은 안 하겠지만 횡보 상태로 고점에서 계속 옆으로 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취약 차주들은 더 늘어나고 그들이 차례로 부실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취약 계층들을 구제하는 프로그램들을 앞으로도 계속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기업이나 가계가 부실화되거나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적절한 신용 대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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