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이 장악" "생지옥 방불 전쟁터"..교민이 전한 무법천지 아이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도심 주요 거리는 갱단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의류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한국 교민 A(56)씨는 요즘 공장 내 생산라인을 바라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A씨는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갱단들의 계속되는 유혈 다툼 속에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처럼 변한 아이티 현실에 대해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고 단순하지만 분명한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민 100여명 거주..대사관 철수 권고에 "쉽지 않아" 하소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심 주요 거리는 갱단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의류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한국 교민 A(56)씨는 요즘 공장 내 생산라인을 바라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평소 같으면 직원들로 북적였을 시간대에도 마치 그곳에 원래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한산해서다.
공장 안 고요함과는 대조적으로 문턱만 넘어가면 그러나 곧바로 살풍경이 펼쳐진다.
뜯기고 부서진 폭력의 상흔을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갱단들의 계속되는 유혈 다툼 속에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처럼 변한 아이티 현실에 대해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고 단순하지만 분명한 표현으로 설명했다.
아이티의 현실을 반영하듯 전화 연결이 자꾸 끊기는 통에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A씨는 "연료를 구할 수 없어 발전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전력 공급도 잘 안 되던 상태에서 이제는 아예 일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아이티에는 약 100여명의 한국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봉제, 섬유 가공, 프린팅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선교를 위해 이곳에 머무는 국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도미니카 공화국을 포함해 150명 넘는 현지인 직원을 두고 거의 30년째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A씨는 "낮에도 통행하기 어려워 식수 구하기조차 애로가 있다"며 "마트도 거의 문을 열지 않는데, 가끔 한두 곳은 갱단에 울며 겨자 먹기로 뒷돈을 주고 장사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티의 극심한 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혼돈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그간 심각한 연료 부족과 치솟는 물가에 항의하는 주민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수백 명의 사상자도 나왔다.
사회 불안은 그러나 최근 몇 주 사이 갑자기 더 심각해졌다고 한다.
이달 초 정부가 연료비 인상을 골자로 한 경제 대책을 내놓으면서다. A씨는 "기름값을 올리겠다는 취지의 정부 발표가 성난 민심에 말 그대로 기름을 부었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붕괴한 치안 상황을 틈타 갱단이 횡행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뜻이다. 실제 갱단이 연루된 납치·성폭행 등 강력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이티를 겸임국으로 둔 주도미니카공화국 한국 대사관은 현재 아이티 사회 혼란이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교민들에게 "상황이 진전될 때까지 도미니카공화국이나 아이티와 가까운 이웃 나라로 철수하라"고 권고했다.
교민들은 그러나 사업체 등을 그냥 두고 다른 나라로 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현재까지 교민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게 더 문제"라는 A씨는 유엔군 투입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현지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walde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차 안에서 30대 남녀 쓰러진 채 발견…1명 사망 | 연합뉴스
- "비틀비틀 음주운전 같은데"…출근하던 경찰관 추격 끝에 검거 | 연합뉴스
- 온라인서 불법도박 중고생 170명 적발…"학교에서도 접속" | 연합뉴스
- '트럼프 절친' 전 英총리, 美대선 개표방송서 책홍보하다 쫓겨나 | 연합뉴스
- '강남 7중 추돌' 무면허 운전자 검찰 송치…연신 "죄송합니다" | 연합뉴스
- 수원 아파트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불…주민 60명 한때 대피(종합) | 연합뉴스
- 中 매트리스 25만개 '한국산' 위조 덜미…美 아마존서 판매 | 연합뉴스
- 부모 BMW 몰고 강남서 쾅쾅…'보험사기극' 벌인 은평 동창들 | 연합뉴스
- '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전 소속사에 패소 "35억 지급하라" | 연합뉴스
- 다리에 벗어둔 신발?…퇴근길 경찰관, 하천에 몸 던진 60대 구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