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82조 '교육 소통령'인데..이름도 몰라요 공약도 몰라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보수성향의 조전혁·박선영 후보는 본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11일까지도 단일화 방식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차례 단일화 시도가 후보들 이탈로 '반쪽 단일화'로 끝나자 이들은 재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또다른 보수 후보인 조영달 후보가 둘 중 승자와 '재재단일화'를 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전북교육감 선거에선 '단일 후보'를 놓고 진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4파전 양상인데, 천호성 후보가 단일 후보라는 표현을 쓰자 다른 후보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김윤태 후보는 “전북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모두 민주진보 진영에 속하는데, 천 후보가 ‘민주진보 단일 후보’라는 문구를 넉 달 넘게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했다.
6월 1일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단일화'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정당의 참여가 가로막힌 교육감 선거에선 후보들은 정당 대신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성향을 내세운다. 후보 인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각 진영의 '단일 후보' 타이틀을 얻는 것이다. 이때문에 각 후보들도 공약이나 정책을 알리기보다는 단일화라는 선거 공학에 매달리는 일이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
'그들만의 단일화 게임'은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정작 교육감을 선출해야하는 유권자들은 후보도, 공약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로 무관심 속 '깜깜이 선거'를 치른다. 전국 17개 교육청이 교육감 선거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2000억원에 달한다. 도입 15년째인 교육감 직선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진보냐 보수냐, 각지에서 단일화 혼전
실제 지난 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건 인물도, 정책도 아닌 단일화 여부였다. 지난 2018년 선거에서 단일화에 성공한 진보 진영은 전국 17개 시도 중 대전, 대구, 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승리했다.
12일부터 본후보 등록이 시작되지만 단일화 경쟁에 교육감 선거 구도는 여전히 혼전 속이다. 서울은 3선에 도전하는 조희연 교육감에 보수 후보들이 맞서고 있지만 후보 등록 전까지 보수 단일화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인천에서는 진보 성향인 도성훈 교육감이 나서는 가운데 보수 진영에서는 단일화 기구가 여럿 등장했다. 두 번의 단일화를 거쳐 최계운 후보가 선출됐지만 독자 노선을 걷는 후보들도 있어 4파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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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진보' 갈등에…진영 갈아타기도
진보성향이 강한 호남에서도 진영 대표성을 놓고 혼선이 벌어진다. 전남의 장석웅 후보는 경쟁자인 김대중 후보를 겨냥해 “국민의힘 전남도당이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합리적 의심에 대해 해명하라”고 밝혔다. 이에 김 후보 측은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목포시의원을 했고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이라며 “뼈속까지 진보인 내가 왜 보수인지 설명하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경남에서는 '진영 갈아타기' 헤프닝도 벌어졌다. 보수 후보 단일화 경쟁을 벌였던 최해범 후보가 진보 진영인 박종훈 후보(현 교육감)를 지지하면서다. 앞서 보수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간 고소·고발전 끝에 김상권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는데, 일부 후보가 불복하면서 보수 분열도 가시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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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프리미엄' 교육감 13명 재출마
'깜깜이 선거'에선 인지도에서 앞서는 현직 교육감의 '프리미엄'이 어느 선거보다 강하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12명의 현직 교육감이 모두 재선과 3선에 성공한 것만 봐도 그렇다. 새로운 인물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이번 선거에서도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울산, 세종,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남, 제주 등 13곳에서 현직 교육감이 대거 재출마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10명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감이라 이들 지역에서는 현직 교육감을 중심으로 진보 후보 단일화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당 차량 옆 교육감 유세'…"직선제 개선 필요"
이때문에 교육자치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직선제의 폐해를 보완할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선진국은 임명제가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15년 넘게 직선제를 이어온 만큼 다시 임명제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지자체와 교육자치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등을 도입하는 등 선거제도를 합리적으로 바꿀 필요는 있다"고 했다.
남윤서·장윤서 기자. 세종·전주·무안·안동·청주·부산=김방현·김준희·진창일·김정석·최종권·위성욱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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