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덕 본 중국산 車의 위협.."전기차 불신도 사라졌다"

문희철 2022. 5.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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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의 전기차 ‘폴스타2’는 지난달 한국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였다. 사진은 폴스타2. [사진 폴스타코리아]


지난달 국내 수입 전기자동차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스웨덴 브랜드인 폴스타의 ‘폴스타2’였다. 출고 지연 사태 속에서도 460대가 팔렸다. 올해 국내 도입 예정인 4000대는 지난 1월에 이미 예약이 끝났다.

폴스타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은 전량 중국 지리자동차 루차오 공장에서 생산한다. 폴스타2의 인기는 달라진 중국산 차량의 위상을 보여준다.

중국산 내연기관 자동차는 그간 한국 소비자에게 큰 인기가 없었다. 실제로 중국산 승용차는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3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최근 5년 동안 누적 판매 대수가 802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폴스타2를 필두로 달라지는 모습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폴스타는 선진 제작사(볼보) 기법을 활용한 합작 형태를 강조하지만, 국내 도입한 폴스타2는 중국에서 제조한 차량”이라며 “중국산 차량의 품질을 신뢰하지 않는 기류가 최소한 전기차 시장에서는 사라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 박경민 기자

중국 車, 러시아·중국 점유율도 늘어


중국산 자동차의 판매 호조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면서 BMW·메르세데스-벤츠·재규어·랜드로버·도요타·볼보 등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영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했다.

덕분에 중국 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프토스타트인포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차 점유율은 2021년 대비 7%포인트 증가할 전망이다.

‘텃밭’인 자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지난해 45%를 기록했다. 2년 전(38.8%)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다.

중국의 한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완성차를 조립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시장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28.5%를 점유했던 중국 CATL은 올해 1분기 점유율을 35%로 늘렸다.

SNE리서치는 “중국 전기차 시장 강세에 힘입어 CATL·BYD를 필두로 다수의 중국계 업체가 배터리 시장 성장세를 이끌었다”며 “연초 중국 CALB가 삼성SDI를 뛰어넘어 6위를 기록하는 등 중국계 기업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국산 자동차 연도별 수출 대수. 그래픽 신재민 기자

中 점유율 늘리면 韓 하락


중국산 차량의 영향력 확대는 한국 기업한테는 ‘베드(Bad) 뉴스’가 된다. 중국 현지에서 중국산 차량이 점유율을 늘리는 동안 한국차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2014년 9%대였던 현대차·기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대로 내려앉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수출 대수는 2020년 대비 두 배 늘어난 201만5000여 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 완성차 수출 대수는 240만 대에서 189만 대로 21.4% 감소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한국산 배터리의 입지가 줄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3.2%였던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올해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은 26.3%로 하락했다.

중한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켄보600. [사진 중한자동차]


이는 한국과 중국의 자동차 산업 수출 경합도가 높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수출 경합도는 특정 시장에서 양국 간의 경쟁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양국의 수출 구조가 유사할수록 세계 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아진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배터리 분야에서 최근 한·중 간 수출 경합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한국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 중국 차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경합한다면 신흥국 진출 전략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친환경차 분야에서 중국과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바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100만 대를 밑돌던 중국 완성차 수출 대수가 지난해 2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빠르게 수출을 확대한 배경엔 전기차가 있다”며 “전기차·배터리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중국과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데 범정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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