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한 나라의 얼굴이 되는 음악, 월드뮤직

2022. 1. 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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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연의 정서에 호소하는 음악
국가·인종·문화권 하나되는 기능
상업적 이익보다 큰 K팝 파급력
국가의 이미지·위상 완전히 바꿔

강연에서든, 방송에서든,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질문을 받는 내용은 월드뮤직의 정의에 관한 것이다. 도대체 월드뮤직이란 무엇인가. 이럴 때마다 글쓴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며, 희로애락을 포함한 인간 본연의 정서에 호소하는 음악’이라고 대답하면서 몇 가지 요소들을 덧붙인다. 특정 지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음악이자, 그 특정 지역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음악이라는 사실, 그리고 기왕이면 그 지역 사람들이나 그 지역 언어로 부르는 노래라면 모두 월드뮤직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글쓴이는 설명한다. 하지만 이 내용들은 글쓴이가 내린 정의에 대한 부연설명일 뿐, 인간으로서 느끼는 정서에 부합하는 음악이라면 그건 모두 월드뮤직이라 할 수 있겠다.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음악을 제대로 즐기려다 보니, 그 안에 담긴 역사, 지리, 언어, 관습 등 생각보다 잔손이 많이 가는 부분에서 입문자들이 주춤하는 것 같다. 게다가 끊임없이 떠오르는 의문들. 예를 들자면 월드뮤직이라는 이 용어에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부터, 장르와 장르를 마구 섞어놓은 크로스오버인가? 알다가도 모를 정체성의 혼란을 지나, 민요나 전통음악인 줄 알았더니 그 나라 음악 전통을 살짝 버무린 대중음악인 것 같기도 하다. 문화의 상대성을 감안하다 보니,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케이팝을 들을 때 이걸 한국의 대중음악이라고 부를지 한국의 월드뮤직이라고 부를 것인지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만일 세계 음악 애호가들이 케이팝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갖는다면, 케이팝은 월드뮤직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사실 용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음악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하고, 그 호기심이 문화를 통해 서로 다른 지역과 국가, 인종과 문화권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그건 월드뮤직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이야기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하지만 월드뮤직의 시작은 이런 인류 평화와 이해, 평등이라는 슬로건을 처음부터 내걸고 거창하게 시작한 건 아니었다. 1980년대 중반 이래 월드뮤직이라는 이 장르가 등장하면서 음악 산업 종사자들, 일명 업계 사람들은 쾌재를 불렀다. 그들의 관심사는 기존 음악산업이 정체된 와중에 월드뮤직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장르와 장르를 섞어서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좀 하긴 했지만, 뭔가 미진하고 아쉬운 와중에 새로운 시장 개척의 가능성을 업계 사람들은 내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당시 월드뮤직의 수익성만 보았을 뿐, 이 장르의 파급력이 어떨지는 계산에 넣지 않았다. 음악 속에 담긴 문화를 무시하고 상업적 이익만 계산할 경우, 그 음악의 품질이나 수익성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음악 속에는 반드시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쿠바 음악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좋은 예이다. 이 음반의 발매사는 영국이다. 이 회사 창립자는, 원래 음악 애호가였다가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즐기기 위해 음반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거대 음반사들이 자본주의 개념을 바탕으로 돈이 될 법한 엉터리 크로스오버 음악들만 만드는 행태가 싫었다고 한다. 그러곤 아예 아프리카, 쿠바 등에 직접 날아가 음악가들을 만나 녹음을 하고 정식 발매를 했는데, 그 결과물 중의 하나가 바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1990년대 후반에 공개된 이 사회주의 국가 출신 가수들의 음악은 쿠바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서구 사회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 북한 다음으로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 쿠바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음악이 흐르고 시가와 야구, 그리고 모히토 칵테일이 있는 낭만의 나라, 쿠바.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이번에는 우리 차례가 왔다. 케이팝을 통해 국가의 이미지와 위상이 완전히 바뀌려는 지금, 사회 여러 방면에서 들리는 변화의 조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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