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당뇨란 편견은 옛말" 1형 당뇨병 환자 40%는 30대 이후 진단
인슐린 전혀 분비안돼 주입 필수
소아시기 아닌 전연령층서 발병
환자 구분 쉽지않아 오진도 많아
#당뇨병이 의심된다는 건강검진 결과를 듣고 병원을 찾은 정우석씨(33·가명)는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정 씨는 오랜 기간 당뇨약을 복용 중인 아버지와 달리 마른 체격이다. 평소 별다른 증상도 느끼지 못했는데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떨궜다.
당뇨병은 체내에 흡수된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내에 쌓이면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질환이다. 혈당이 일정 수치 이상 올랐을 때 '소변으로 당이 넘쳐 나오는 병적 현상'(당뇨)을 일컫는 용어에서 비롯됐다. 질병 발생 기전에 따라 크게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은 비만, 기름진 음식,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의 요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체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겨 인슐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형 당뇨병이다. 인슐린 저항성 정도에 따라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를 병용하면서 관리가 잘 이뤄질 경우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그에 반해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 기전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공격을 당해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는 치료가 필수다. 인슐린을 주입하지 않은 채 방치할 경우 고혈당이 악하되어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동반한 급성 합병증이 나타나면서 자칫 사망까지도 이를 수 있다.
1형 당뇨병은 주로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한다고 알려지면서 과거 '소아 당뇨'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 연령층에서 발병한다. 30세 이후에도 1형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보고가 늘어나고 있다. 엑스터대학 연구진이 지난 2017년 란셋 당뇨병&내분비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40~69세 성인 50만 명의 임상 및 유전정보를 확보한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형 당뇨병의 40% 이상이 30대 이후에 발생했다. 많은 의사들이 당뇨병 증상을 보이는 성인을 2형으로 단정하면서 잘못 진단될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리차드 오람 엑스터대학 교수는 "제1형 당뇨병이 성인과 소아에서 반반씩 발병하지만 2형 당뇨병 환자 수에 묻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약물이 잘 듣지 않고 특히 마른 환자라면 1형 당뇨병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2형 당뇨병으로 진단 받고 경구약물을 복용하다가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차후 1형 당뇨병으로 다시 판정 받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1형 당뇨병은 당뇨병 환자 중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을 평가하는 C-펩타이트 수치 △글루타민산탈탄산효소항체(GAD) 등 인슐린에 대한 자가항체 양성반응 △당뇨병성케톤산증 병력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진단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선 2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케톤산증이 나타나는 등 복합적인 소견으로 인해 명확하게 유형을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으로 췌장이 파괴되고 인슐린 의존성이 증가하면서 1~2주새 급성 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이 발생하는 전격성(fulminant) 1형 당뇨병 사례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성인 1형 당뇨병의 오진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지난 10월 '성인 1형 당뇨병 관리'에 관한 전문가 합의 권고안을 공개했다. 체질량지수(BMI)가 낮거나 고령으로 1형과 2형의 특성을 모두 가진 환자의 경우 구분이 쉽지 않다 보니 2형 당뇨병으로 오진되는 사례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권고안에 따르면 30세 이후 1형 당뇨병이 발생한 성인의 약 40%가 첫 진단 시 2형 당뇨병으로 분류되어 잘못된 치료를 받고 있다. 1형 당뇨병으로 의심되는 성인 환자는 1~2가지 임상 특징만으로 판별이 어렵기 때문에 진단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다양한 검사방법과 임상 소견을 알고리즘 형태로 제시했다. 성인 1형 당뇨병에 대한 인지도를 제고하고 진단 정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형 당뇨병으로 인슐린 치료를 받은 환자는 4만4,552명으로 집계된다. 2형 당뇨병 환자가 301만9,225명에 비해 인원수가 현저하게 적다. 다만 1형으로 진단 받고도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나 의료급여 환자, 미진단 및 오진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환자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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