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하는 코스피 방어하러.. 소양강댐이 출동하면 어떨까

최형석 기자 2021. 10. 13. 20: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대 연금,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집중매수 나섰는데..

최근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판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기금은 연금(pension)과 기금(funds)을 합친 말로, 주로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연금을 가리킨다. 4대 연금의 운용 자산은 944조원에 달하는데 국민연금이 이 중 96%(908조원)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부터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인다는 내부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국내 주식을 매도해 왔다. 이달 들어서도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16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올 들어 매달 순매도를 이어왔다.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주식 투자 비중이 낮아지면서 연기금이 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도 연기금이 꾸준히 매수해 증시의 추가 하락과 투자 심리 붕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외국인 매도로부터 주가를 방어한다는 의미에서 ‘연기군(軍)’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6만전자에 개미들 한숨 - 삼성전자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200원 떨어진 6만8800원에 장을 마감한 13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가 기관 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0.96% 반등하는 데 성공했지만, 삼성전자는 오후 들어 힘이 빠지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시스

◇‘소양강댐’ 연기금 등판하나

증권가에서 연기금은 ‘소양강댐’으로도 불린다. 적정 기준을 중심으로 수위가 높아지면 댐 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고 수위가 낮아지면 문을 닫는 것처럼 연기금도 주가가 일정 기준보다 높아지면 주식을 팔고 낮아지면 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투자운용팀장을 지낸 홍춘욱 EAR리서치 경제연구소 대표는 “코스피가 2800선이나 그 밑으로 내려가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매수가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코스피에서 총 22조8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올해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이 총 투자 자산의 최대 19.8%인데 지난해 주가 급등으로 국내 주식 비중이 20%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달 말부터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 비중이 낮아졌을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7월 말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은 19.5%로 지난해 11월 말(19.6%) 이후 처음으로 목표 비중 범위 내에 들어왔다. 8월부터 두 달여간 국민연금이 주식을 추가로 팔아온 데다 주가가 떨어진 것까지 감안하면 현재 국내 주식 비중은 7월 말보다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과거 코스피가 (전 고점 대비) 10% 내외로 하락하거나 그 이상의 조정을 보일 때마다 연기금은 순매수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는 6월 말보다 12% 하락한 상태다.

하반기에 낮아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율, 연기금 코스피 월간 순매도 추이,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종목 등락률

◇최근 코스피 위주 대형주 사들여

연기금은 지난 12일 유가·금리 상승 우려로 국내 증시가 1% 넘게 하락하고,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8240억원어치를 매도하는 가운데에서도 5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13일에도 800억원 가깝게 순매수하며 코스피 반등에 힘을 보탰다.

연기금이 최근 3개월간 가장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은 게임 회사인 크래프톤(9780억원), 현대중공업(178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570억원) 등으로 모두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드는 대형주였다. 크래프톤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8·9월에 신규 상장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외에 연기금은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SK케미칼), 에너지·원자재(SK이노베이션·고려아연·S-Oil), 2차전지(포스코케미칼·SK아이이테크놀로지) 업종을 사들였다.

이들 종목의 3개월 평균 상승률은 2.8%로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2% 하락한 것과 대조됐다. 연기금은 이달 들어 지난달 주가가 많이 하락한 카카오를 550억원, 크래프톤을 49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기금이 완전히 매수로 돌아선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12일에 순매수 전환하긴 했지만 최근 3개월 누적으로는 여전히 3조원 넘게 순매도 상태다. 일별로 봐도 12일 직전 1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기금이 본격적으로 사자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주가 급락에 따른 민심 동요를 막으려는 정치적 결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