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만나야 살 수 있구나'..최은영 '쇼코의 미소'

서영민 2021. 10.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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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소개해드리는 시간, 오늘(3일)은 최은영의 소설 쇼코의 미소를 만나보겠습니다.

주인공 소녀가 일본인 친구를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를 작가는 꾸밈없는 솔직한 화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 서영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최은영/소설가 : "쇼코라는 일본 친구가 한일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소유라는 아이의 집에 잠깐 머무르게 되는데요. 할아버지와 엄마가 쇼코를 굉장히 반겨주고 행복해하세요."]

일본인 쇼코와의 첫 만남 이후 엄마, 할아버지까지 주인공을 둘러싼 세계가 갑자기 낯설어집니다.

[최은영/소설가 : "저렇게 다정한 사람이 아닌데...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쩌면 그냥 그분들의 일부분이었겠다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돼요."]

차갑지만 어른스럽다며 '쇼코의 미소'를 동경하던 주인공의 감정은 그러나 이내 변합니다.

몇 년 뒤 일본에서 다시 만난 쇼코가 병약한 모습으로 자조적인 말을 내뱉자, 이번엔 정반대로 쇼코가 나약하다고 생각하며 우월감을 느낍니다.

반복되는 만남과 어긋남은 주인공을 계속 변화시킵니다.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꿈이 좌절된 현실을 살아갈 땐 실패에 고통받지만,

[작가 낭독 :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들을 뒤집어 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언제나 응원을 보내주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면서는 삶에 대한 태도를 고쳐잡습니다.

[최은영/소설가 :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삶이라는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할아버지의 병과 죽음을 통해 알게 되고요. 어떻게 살아야 될까를 다시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쇼코를 다시 만났을 때 변한 건 '쇼코의 미소'가 아니라 자신이란 걸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작가의 이야기엔 이런 낯선 만남과 성숙의 상호 작용이 반복됩니다.

베트남전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고모, 삼촌, 태어난 지 일주일된 아기였던 이모까지 한국군의 학살로 잃은 베트남 가족과, 군인으로 참전한 스무 살 큰삼촌을 잃은 한국인 가족이 독일에서 만나 '진실한 사과'를 이야기하고, 프랑스의 한 공동체 수도원에서 만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젊은이들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삶을 이해합니다.

[최은영/소설가 :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약하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지 않는 어떤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나를 수용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나아짐이라고..."]

부끄러운 감정과 상처까지도 솔직히 전하려는 마음.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이 깊은 울림을 준 건 바로 이 마음 때문입니다.

[안지영/문학평론가 : "'진심을 다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야 되나요. 뭔가 기교를 쓰거나, 뭐 멋있어 보이려고 하거나 그러지 않거든요. 진심을 다해서 이 캐릭터들에게 마음을 담아서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닐까."]

코로나 시대에도 진심을 담아 독자에게 다가가는 젊은 작가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최은영/소설가 : "고독이 강요가 되다 보니까 힘들고 사람을 만나야 사람이 살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되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실제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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