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산자물가 '역대 최고'..스태그플레이션 정말 오려나(종합)

김정남 2021. 9. 11. 00: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8월 PPI,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
7월 7.8% 신고점 직후 한달 만에 또 경신
기업發 인플레, 소비자 판매가에 전가할듯
월가서 더 달아오른 스태그플레이션 논쟁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주류 체인 ‘베브모’에 구인 광고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생산자물가가 또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기업발(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델타 변이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월가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폭등) 가능성을 현실성 있게 논의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률 ‘역대 최고’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했다. 2010년 11월 통계 산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인 6월 당시 7.8%로 신고점을 세운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PPI는 기업간 대량 거래에서 형성되는 상품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일종의 도매물가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소비자의 구매력을 가늠하는 지수이고, PPI는 기업의 생산 비용을 파악하는 지수다. PPI가 CPI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PPI 상승률은 올해 1월만 해도 1.6%로 높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역시 0%대였다. 그런데 올해 2월 3.0%로 뛰어오르더니 그 이후 4.1%(3월)→6.5%(4월)→6.6%(5월)→7.3%(6월)→7.8%(7월)→8.3%(8월)로 수직상승하고 있다. 전월 대비 8월 PPI 상승률은 0.7%로 나타났다. 전월(1.0%)와 비교하면 더 낮았지만, 시장 예상치(0.6%)는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급등했다. 이 역시 1월만 해도 1.9%에 불과했으나,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이같은 물가 고공행진은 기업들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기업들이 생산 자재 부족 현상 탓에 생산 비용 증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베이지북을 통해 “기업들은 상품 판매가를 크게 올렸음에도 주요 자재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며 “많은 지역에서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 압력 역시 마찬가지다. 멕시칸 패스트푸드 치폴레 등 주요 프랜차이즈들은 이같은 이유로 이미 가격 인상 대열에 들어선 상태다. PPI 폭등이 CPI까지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CNBC는 “연준은 올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할 것으로 보지만 이번 PPI 수치는 (물가 폭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나타낸다”고 전했다.

기타 코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브뤼겔 연례 총회에서 “현재 인플레이션 흐름이 일시적이라는 것은 한두달 지속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특히 미국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딴 세상 얘기 아니다

상황이 이렇자 월가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더 활발해졌다. 월가의 한 채권 애널리스트는 “몇 달 전만 해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일부만 주장하던 것에 불과했다”며 “그런데 근래 들어 현실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델타 변이 확산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날 워싱턴주 본사를 비롯한 미국 내 사무실 출근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에 이어 MS마저 출근을 미룬 것이다. 이런 빅테크들이 재택 근무를 고집할 경우 식당, 술집 등 각종 서비스업을 비롯한 여러 일자리는 악재가 불가피하다. 델타 변이 탓에 학교마저 대면 수업에 차질을 빚을 경우 여성들의 일자리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와중에 고용 둔화를 이유로 연준이 ‘매우 느린’ 긴축에 돌입한다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김정남 (jungkim@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