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토박이 '로티(LOTTY)'가 성수동에 월세 낸 이유

유지연 2021. 8.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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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에 연미복을 입고 지팡이를 쥔 너구리. 1989년 서울 잠실의 테마파크 롯데월드와 함께 탄생한 캐릭터 ‘로티(LOTTY)’다. 롯데월드 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잠실 토박이 로티가 성수동에 나타났다. 서울숲길 50번지 약 10평(33㎡) 남짓한 ‘로티의 아파트’에서다. ‘32년 차 만년 사원 로티는 퇴근하면 뭘 할까’라는 상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오는 30일까지 운영되는 성수동 팝업 스토어 '로티의 아파트(LOTTY's APARTMENT). 사진 롯데월드



가끔 퇴사도 고민하는 직장인, 로티

롯데월드의 대표 캐릭터 로티(왼쪽)와 로리. 연미복을 입은 너구리 캐릭터로 롯데월드 곳곳에 출몰한다. 사진 롯데월드 인스타그램
롯데월드 개관 초기의 로티 캐릭터. 사진 프로젝트 렌트

붉은색 위주로 꾸며진 공간 안에는 로티의 방이 재현돼 있다. 소파와 싱크대, 책상 등 30대 직장인의 방으로 롯데월드 캐릭터로서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로티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장소다.
호기심 많고 열정적이며 취미가 다양한 로티의 성격처럼 다채로운 소품이 가득하다. 책상 위에 놓인 책 ‘나는 매일 퇴사를 결심한다’‘야근, 팀장이 답하다’에선 직장인 로티의 애환도 읽을 수 있다. 로티가 즐겨 먹는 너구리 라면도 있고, 퇴근 후 직장인의 필수품 맥주도 냉장고에 채웠다.

성수동 로티 팝업 스토어 내부. 로티가 퇴근하면 머무는 방을 콘셉트로, 소파와 싱크대, 책상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프로젝트 렌트

이 공간은 롯데월드와 크리에이티브그룹 ‘모빌스그룹’이 협업해 진행한 롯데월드 캐릭터 리디자인(re-design·디자인 수정 및 개량)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마련됐다. 롯데월드하면 떠오르는 로티의 캐릭터는 친근하지만 낡았기에, 요즘 감성을 불어넣고자 지난해부터 진행했던 프로젝트다.

실무를 맡은 롯데월드 김영주 책임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퇴근한 로티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찐’ 행복을 느낀다는 세계관을 상상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로티라는 친근한 캐릭터의 세계관을 롯데월드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확장해 보여주려는 의도다. 공간 구성 및 운영은 팝업 스토어 전문 운영사 ‘프로젝트 렌트’와 함께했다.

32년차 직장인 로티의 책상. 여느 MZ세대와 마찬가지로 '워라밸'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유지연 기자



놀이동산 추억에 빠진 어른들

친근한 로티 캐릭터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강력한 콘텐트다. 사진 프로젝트 렌트

8월 한 달간 운영되는 팝업 스토어에 대한 호응은 뜨겁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이들 대부분이 로티를 알기에 한 번쯤 들어가보고 싶어한다. 지난 주말에만 1000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로 성수동마저 눈에 띄게 한가해진 요즘 이 정도면 ‘대박’이 난 셈이다. 평일엔 주로 근처 직장인이, 주말엔 멀리서도 로티를 보러 온다. 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들도 있다. 어린 시절 추억의 캐릭터를 아이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서다.

요즘 감성에 맞춰 만화(카툰)처럼 리디자인한 로티 캐릭터. 사진 프로젝트 렌트

무엇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던 어린 시절 놀이동산의 행복한 추억이 강력한 무기다. 로티를 보면 자연스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옛날 그대로가 아닌, 만화(카툰)처럼 단순하고 세련되게 캐릭터 디자인을 개선한 것이 도움이 됐다. 리뉴얼된 로티 캐릭터가 새겨진 다양한 상품(굿즈)들에 손길이 가는 이유다.

로티 얼굴이 그려진 수제 맥주와 그래놀라 등을 판매한다. 사진 롯데월드

로티의 아파트 곳곳에는 다양한 브랜드와 로티가 협업한 100여 가지 상품들이 놓여있다. 로티 캐릭터가 그려진 수제 맥주 ‘와일드 웨이브’와 로티 패키지를 입은 ‘로티놀라(그래놀라)’가 특히 인기다. 공간 구성 및 운영을 담당한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는 “둘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거의 1·2위를 다투는 강력한 캐릭터 자산을 가진 로티의 힘을 실감했다”며 “과거에 머물러있던 로티의 기억을 지금의 일상으로 불러올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은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 MZ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회사원 로티’ 설정이 신의 한 수였다. 호감에 공감을 더하는 시도였다.

너구리 라면을 즐겨먹는 로티의 부엌. 사진 프로젝트 렌트



곰표 맥주처럼…‘IP’는 비즈니스 확장의 열쇠
대한제분의 1952년생 곰표 캐릭터는 최근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맥주부터 막걸리, 패딩이나 가방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곰표 캐릭터는 잘 가꾼 IP(지식 재산권)의 폭발적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두꺼비 캐릭터(하이트진로)를 활용한 각종 굿즈나 구두약 브랜드를 가져와 만든 말표 맥주(말표산업)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대중에 각인된 IP의 자산 가치는 비즈니스 확장성 면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다. 롯데월드 로티가 성수동 외유에 나선 이유다.

대한제분의 '곰표'는 잘 구축된 IP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 중앙포토

롯데월드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캐릭터 인지도를 확보하고 향후 다양한 브랜드 협업 및 자체 콘텐트를 통해 IP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최홍훈 롯데월드 대표이사는 “손님들에게 즐거운 놀 거리와 추억을 선사한다는 업의 본질을 롯데월드 사업장 밖으로도 확대해 실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로티는 앞으로 성수동뿐만 아니라 영등포, 잠실을 돌고 지방 파견 근무도 할 예정이다. 성수동 팝업은 오는 30일까지 운영된다.

아파트 콘셉트였던 성수동에 이어 영등포, 잠실 등에도 로티 IP를 활용한 콘텐트가 전개될 예정이다. 사진 프로젝트 렌트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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