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1년 내 개헌하고 물러나는 과도정부 만들자

요즈음 하루하루가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의 연속이다. 나라 걱정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 속에서 국가 위신은 추락하고, 국론은 분열되어 가히 내전 상태이다. 민생은 어려움에 빠지고 국가의 장래에 대한 국민의 자신감이 흔들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에게는 정권 유지나 쟁취가 최우선 목표일 뿐 국가의 이익이나 장래는 뒷전이다. 그 과정에서 아전인수식 상황 판단이나 법 해석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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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론분열 ‘내전 상태’에 빠진 한국
개헌 통해 구조 고쳐야 혼란 극복
헌재 판결 후 거국 중립내각 필요
」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을 하고, 설혹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져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사회가 불안정의 매듭을 풀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혼란한 상태로 빠져들 것이 틀림없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원인을 성찰하고 반성하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헌법 개정이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당시 국민의 염원이었던 대통령 직선과 장기 집권에 의한 독재를 막기 위한 임기 5년 단임제를 핵심으로 한 것으로, 나름대로 긍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 많은 폐해를 양산하여, 38년이 지난 지금 그 역사적 수명을 다하였다. 단임제이다 보니, 임기 초반의 강력한 권한에 비해 임기 후반에 찾아오는 레임덕으로 국정의 안정적 지속적 추진이 어려워지고,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정을 수행하기보다는 임기 중 성과를 얻기 위한 조급한 국정 운영에 매달렸다.
정권이 교체되면, 심지어 정권 재창출의 경우에도, 전 정부의 정책을 계승·발전시키는 대신 쓸어버리고 달리 새롭게 시작하기도 하였다. 이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국제관계에서 신뢰를 손상해 국력의 낭비를 가져왔다. 특히 근소한 차이에 의한 승리에도 불구하고 승자 독식의 독점적 권한 행사와 편가르기로 갈등과 대립이 증폭되어 국력을 결집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정치력이 미흡한 대통령과 투쟁 일변도 거대 야당의 타협 없는 대립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이제는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헌법 개정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어떤 방향으로 개헌을 할 것인가? 우선, 정부와 의회의 지배를 일치시켜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특정 개인의 인기보다는 정당의 정책 대결을 통해 정권을 담당하는 내각책임제를 생각할 수 있다. 선거제도를 개편해 정당에 대한 지지 비율이 정확히 의회 의석수에 반영되도록 한다. 한 개 정당이 50%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두세 개의 정당이 연립하여 정부를 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하게 된다. 능력 있는 총리는 10년 이상이라도 장기 봉직할 수 있고, 능력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퇴진시킨다.
현재의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 때문에 내각책임제 채택이 어렵다면,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견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둔 대통령제 내지는 이원집정부제를 생각할 수 있다. 국무총리가 책임 있게 대통령을 보좌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현재와 같은 대통령의 총리 임면권을 대통령에게서 떼어내어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거나 선출하도록 한다.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권한을 적절히 분배해 독점적 권한 행사를 막고 복잡다기한 국정 과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한다. 대통령과 총리의 조합에 따라서는 지역·세대·이념을 극복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다.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금 개헌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이미 천명한 대로 임기를 단축하고 개헌에 착수하여야 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후보자들은 개헌을 최우선 과제의 공약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그 공약이 공약(空約)에 그칠 위험이 크다. 그렇기에 거국적 중립 내각을 구성해 모범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1년 내 개헌을 완료하고 퇴임하는 과도정부형 대통령에 의한 통치 시기를 거칠 수는 없을까? 지금 같은 죽기 살기식 대권 경쟁이 불러올 혼란이 뻔히 보이고 그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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