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자리에 10만명, 인간 도미노였다" 이스라엘 참사 증언
“현장이 (처참해) 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스라엘 의료응급기관인 MDA 소속 구급대원 오므리 호크만이 30일(현지시각) 전한 ‘메론산 압사 참사 현장’의 끔찍한 모습이다. 자키 헬러 MDA 대변인에 따르면 호크만 대원팀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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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허용한 행사에 10만명 몰려
하루 전인 29일 ‘라그 바 오메르’(Lag B’Omer)라는 이름의 유대교 최대 축제가 이스라엘 북쪽 갈릴리 메론산에서 열렸다. 유대교인은 대랍비를 기리기 위해 4월 29일 자정부터 30일까지 메론산에서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이날 행사는 이스라엘이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해제한 이후 열린 가장 큰 규모였다.
이스라엘 당국은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1만명까지 집회를 허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전역의 유대인들이 버스를 대절해 메론산에 모였다. 행사 주최 측에 따르면 29일 자정 10만명이 운집(당국 3만명 추산)했고 30일 오전에 10만명이 더 모일 예정이었다고 한다. 당국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5000명의 경찰력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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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처럼 쓰러져…. 줄줄이 압사당해
결국 끔찍한 참사로 이어졌다. 한꺼번에 몰린 참가자들이 좁고 미끄러운 경사로를 내려가다 비극이 시작됐다. 한 무리가 넘어졌고 갑자기 뒤엉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목격자들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고 외쳤다. MDA 등에 따르면 최소 38명이 현장에서 압사했다. 현장에는 시신을 수습한 흰색 백이 쌓였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중증환자 6명이 사망했다. 위중증환자는 현재 20명이라 추가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 전체 사상자 규모는 150여명(경상 80명 포함)으로 기록됐다. 현재 이스라엘 내 병원 여러 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호크만 구급대원은 “도착했을 때 (이미) 좁은 복도와 그 옆으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누워 있었다. 바라보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고통으로 절규가 (터져)나왔다. 의식을 잃고 심폐소생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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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 "이런 심각한 재앙 처음"
또 다른 구급대원 마오르 아타찌는 “MDA에서 활동한 모든 세월 동안 그렇게 심각한 재앙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초기에는 행사장 지붕이 붕괴했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조사 결과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생긴 압사 사고로 밝혀졌다”면서 “수십명의 참가자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도미노 효과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현재 메론산 현장으로 접근하는 도로는 모두 통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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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부른 라그 바 오메르는
한편 이스라엘 KRM뉴스에 따르면 ‘라그 바 오메르’의 기원은 유대교 랍비들의 전통에서 이어진 것이다. 크게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하나는 2세기경 랍비 아키바의 제자들이 역병에 시달렸을 때 기적적으로 역병이 멈춘 것을 기념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아키바의 제자이자 신비주의 유대교 ‘카발라’의 창시자인 랍비 시몬 아하이의 기일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현재도 이스라엘은 라그 바 오메르 때 곳곳에 모여 모닥불을 지핀다. 가장 큰 불이 지펴지고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곳이 바로 랍비 시몬 아하이의 무덤이 있는 메론 지역이다. 불을 피우는 이유는 아하이가 카발라의 기초가 된 ‘자신의 토라(경전)에 대한 깨달음, 조하르(Zohar)’를 이 땅에 가져온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다. 이 어두운 땅에 진리의 빛을 비춘 것에 대한 존경의 의미 등을 담고 있다.
예루살렘=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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