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끌려다닐라..'거물' 소환한 국민의힘
경선 패배 땐 '치명상'..'보수 몰락 시발점' 부정적 시각도
[경향신문]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이 나경원 전 의원(57·오른쪽 사진)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59·왼쪽)의 양자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공식선언 전이지만 출마 의지가 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출마로 야권 단일화를 거쳐야 하는 국민의힘 내에서 거물급 후보가 등판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져서다. 다만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 모두 ‘보수 몰락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2011년 무상급식 선거’의 장본인들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두 사람 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을 경우 ‘경선 패배=정계 은퇴’ 수준의 위험이 있어 출마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군은 ‘풍요 속 빈곤’으로 표현된다. 오신환 전 의원이 5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한 후보만 7명이지만 본선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고, ‘1단계 관문’인 안 대표와의 단일화에서도 승리할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거물급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와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안 대표가 출마한 뒤에 당내에서 나서라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100석이 넘는 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고 서울시장 선거를 치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안 대표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으며 당내 후보 세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정책워크숍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정권의 심판론으로 결판날 것”이라며 “훌륭한 후보를 선출하면 반드시 이번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 모두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하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예선전의 성격을 띠게 됐다. 나 전 의원이나 오 전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향후 정치적 행보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지난 3일 단일화를 목표로 만났지만 성과는 없었다. 오 전 시장의 요구로 만남이 성사됐지만 나 전 의원이 양보를 요구했고 오 전 시장이 응하지 않으면서 합의를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으로선 두 사람을 향한 여론의 반감이 여전하다는 점도 고심거리다. 두 사람은 보수 몰락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연상시킨다. 오 전 시장은 당시 무상급식을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보궐선거를 야기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섰지만 박원순 전 시장에게 패배했다.
두 사람의 출마에 대해선 당내에서조차 ‘반대’가 나왔다. 오 전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10년 전 박원순 시장이 등장할 때 조연으로 함께 섰던 분들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며 “ ‘결자해지’가 아니라 ‘과거회귀’ ”라고 지적했다.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을 우회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차 회의를 열고 당초 경선준비위에서 정한 경선 시작일(8일)을 늦춰 15일부터 서류를 받아 28일 예비경선 진출자를 발표키로 했다. 공관위는 여성 가산점을 반영하고, 경준위가 제안한 1·2차 경선 규칙 순서를 바꿔 예비경선에서 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고 본경선에선 100% 여론조사를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는 공관위가 나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을 포함하면 당내 9명 후보, 당 밖 안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등까지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무적으로 폭넓게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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