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반찬 챙겨놓기"..만삭 임산부 분노케한 서울시 사이트
“냉장고에 오래 된 음식은 버리고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밑반찬을 서너 가지 준비해 둡니다. 즉석 카레, 자장, 국 등의 인스턴트 음식을 몇 가지 준비해 두면 요리에 서투른 남편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임신출산정보센터(센터)’가 “꼭 알아두세요!”라면서 임신 35주차 여성이 출산 전 점검할 사항이라고 소개한 내용이다. 5일 센터의 웹사이트에 올라온 이같은 ‘정보’가 뒤늦게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사이트는 서울시가 2019년 웹·모바일에서 흩어져 있던 임신·출산 정보를 제공하고 민원까지 처리하겠다며 시작했다. 취지대로 웹사이트는 서울시의 모자보건 서비스 및 난임·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의료기관과 산후도우미 제공 기관 안내는 물론, 수유시설 지도 등 실제 도움되는 내용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부 내용이 문제가 되며 사이트 개설 취지가 무색해졌다. 앞서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남편과 아이의 식사를 준비해두라는 당부는 ‘임신 주기별 정보’ 중 35주차 항목에 등장한다. 아울러 사이트는 만삭 임산부에게 생필품을 점검하고 옷도 챙겨두라고 조언한다. “화장지, 치약, 칫솔, 비누, 세제 등의 남은 양을 체크해 남아있는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게 합니다”, “3일 혹은 7일 정도의 입원날짜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 양말, 와이셔츠, 손수건, 겉옷 등을 준비해 서랍에 잘 정리해 둡니다”라고 자세하게 ‘할 일’을 설명했다. “입원하기 전 가족을 위한 배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다.
이같은 내용은 여성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웹사이트가 공유되면서 “남편이 만삭 아내의 출산 준비를 도와야 하는 거 아니냐”, “숨쉬기도 힘든데 반찬 만들고 갈아입을 옷까지 준비해놓고 애 낳으러 가라는 거냐”, “남편은 자기 밥도 못 챙겨 먹느냐”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다시 한번 비혼을 다짐한다”, “이러니 누가 애를 낳고 싶어 하겠냐”, “서울시의 비혼장려 정책”이라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임신 19주차 임산부에게 “집안일을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한다면 특별한 운동을 추가로 하지 않아도 체중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트레칭을 위해 걸레질을 하라고 한 것 ▶임신 22주차 임산부에게 “결혼 전 입었던 옷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자극을 받도록 하라”고 제안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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