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 못 구해 죄송" 고개 숙인 부모..커지는 축구 입시 사기 의혹
최소 3개 대학서 축구단 창단 시도 K3리그팀 입단 테스트 명목 수백만원 받기도 경찰, 사기 혐의 고소장 접수... 수사 나서
‘가짜 대학 축구부’ 창단 및 운영을 빌미로 금품을 챙긴 의혹(본보 17일자 10면)을 받는 B스포츠에이전시 대표 박모(32)씨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선수 및 학부모들은 대학 축구부뿐 아니라 국내 성인축구 3부리그(K3리그)와 유럽 프로축구팀 입단테스트 알선까지 내세워 금품을 뜯었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축구선수 학부모들은 박씨를 전날 사기 혐의로 경남 양산경찰서에 고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박씨가 축구계 유명 인사를 간판 삼아 구단 소개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개인적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소장에 적시한 피해금액은 2,600여 만원이다. 이외에 박씨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다른 학부모들도 추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곧 담당 수사팀에 사건을 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구선수 부모들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 12월부터 19세 이하(U-19) 청소년 축구대표팀 감독 출신 A씨를 단장으로 내세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북 지역 C대학 축구단을 창단한다”고 공고했다. 이를 본 10, 20대 축구선수들이 대거 지원했다. 대부분 프로나 실업팀 선수를 지망했던 이들이다. 지방대 축구부에서 뛰던 한 선수는 A씨가 단장인 줄 알고 멀쩡히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면서까지 합류했다.
박씨는 A씨와 함께 전국 각지를 다니며 학부모들을 만났다. 한 학부모는 “축구계에서 널리 알려진 A씨가 부산까지 직접 찾아오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C대학 축구단의 일본 전지훈련 때 J리그에서 활약 중인 국가대표팀 출신 선수와의 단체식사 자리를 마련하거나, K리그 구단과 J리그 구단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경기를 단체로 관람하게 하면서 신뢰를 쌓았다는 게 선수 부모들 얘기다.
하지만 C대학 축구단은 학교 소속 정식 축구부가 아닌 사설 축구클럽이었다. 선수 부모들은 “회비와 예산부터 비상식적으로 운영됐고, 당시 박씨는 대학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모두 본인 명의 계좌로 받았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선수와 부모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상식 이하의 선수단 운영을 뒤늦게 안 C대학은 지난해 7월 선수모집과 운영을 책임졌던 박씨와 결별을 택했다. C대학 관계자는 “박씨가 축구부 회비를 사적으로 썼다는 소문이 돌았고, 학교 측에 거짓말을 한 정황도 확인돼 손을 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C대학 축구단에서 6개월간 훈련하다 지난해 9월 자퇴한 L씨는 “박씨를 계속 믿은 내 잘못”이라며 “10개월째 소속이 없는 상태인데, 이렇게 축구를 그만둬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외에 박씨는 올해 초 수도권의 또 다른 전문대에서도 현역 프로축구단 코치를 감독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축구부 창단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K3리그 등 세미프로팀, 포르투갈 프로팀 입단 등을 명목으로 선수 부모들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선수 부모는 “현지 테스트를 위해 지난해 7월 항공료와 숙박비 등으로 400여 만원을 박씨 계좌로 송금했지만 포르투갈엔 가지 못했다”면서 “아무 소식이 없어 물어보니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못 가게 됐다’는 말만 들었다”고 억울해했다.
K3리그 구단에 입단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박씨에게 돈을 송금한 선수 부모는 계속된 돈 요구에 “미안합니다. 경기가 안 좋아 나도 돈 구하기가 힘이 듭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부모는 본보에 "아들은 입단 테스트를 받지 못했고 앞서 준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선수들에게 피해를 준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피해를 준 점은 인정한다”면서 “학부모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은 돌려줄 계획이고, 앞으로 축구계를 떠나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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