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숨 쉴 수 없어..트럼프, 美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청 공개 연설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80일 만에 처음으로 한 연설이었다.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운을 띄운 바이든은 “조지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말은 죽지 않고 되살아나 미 전역에서 들려오고 있다. 10만명 이상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4000만명이 실업 수당을 신청한 이 나라를 향해 사람들이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과 실직 사례가 유색인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6년 전 에릭 가너(2014년 뉴욕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목 졸려 사망한 흑인 남성)에게서도 같은 외침을 들었다. 이제는 이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고, 실질적 행동에 나설 때”라며 “지금 미국에는 우리나라를 통합시킬 리더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20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바이든은 경제적·인종적 불평등을 부각하며 국민 통합을 거듭 촉구했다. 시위대를 ‘폭도’ 및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우리나라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나라가 오래된 분노와 공포로 갈가리 찢기고 있다”면서 “이게 우리가 원하는 미국의 모습이냐. 이게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우리들의 모습이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으로 시위대를 뚫고 세인트존 교회에 방문한 것 역시 언급됐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가끔이라도 성경책을 휘두르는 대신 좀 펼쳐봤으면 좋겠다”며 “성경을 읽게 된다면 그도 배울 수 있는 게 있을 것이다. 우리 자신을 사랑하며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 말이다”고 했다.
바이든은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대를 향해 이성을 되찾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격분해 있다. 하지만 분노가 우리를 집어삼키게 둬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인종차별 구조와 맞서 싸울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목조르기를 금지하는 등 물리력 사용 기준을 제정할 것을 의회 차원에서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가적 차원에서 경찰을 감시·감독하는 위원회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바이든은 “증오를 부채질하지는 않겠다. 우리나라를 오랫동안 황폐하게 한 인종 차별로 인한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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