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요일제 폐지에도 가격은 그대로..정부 "계약 못 바꾼다"
경기도 용인 흥덕지구에 사는 김모(45·여)씨는 요즘 한장당 1500원 하는 공적 마스크 가격의 무거움을 실감한다. 1일부터 출생연도에 맞춰 사야 했던 5부제가 사라지고, 초 5·중 1 두 아들 몫도 각자 3장에서 5장으로 늘었다는 반가움도 잠시다.
한 번에 살 수 있는 16장을 꽉 채우려면 2만4000원을 지출해야 한다. 한 달이면 9만6000원~12만원이다. 빠듯한 살림에 만만치 않은 액수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필수품 아니냐”며 “200~300원이라도 좋으니 가격을 좀 낮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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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하는 언제쯤" 볼멘소리
김씨 뿐만이 아니다. 마스크 5부제 폐지 첫날인 전날(1일) 공적 마스크 판매처 곳곳에서는 “도대체 가격은 언제 내리는 거냐” “공급은 안정됐다는데 여전히 비싸다”라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공적 마스크 가격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조달청 등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전국 150여개 마스크 제조업체와 맺은 공적 물량 공급 계약 기간인 이달 말까지는 가격 조정이 사실상 불가하다. 조달청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수급 대란을 해결하려 장당 900~1000원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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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계약단가 손대기 어려워
단가에는 마스크 제조업체의 경영 여건과 생산능력 제고를 위한 ‘인센티브’가 포함돼 있다. 인센티브는 설비비나 주말·야근 인건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했다. 결과적으로 공적 판매처 공급량은 하루 860만장 수준이 됐다. 코로나19 이전과 단순 비교하면 최소 4배 이상 늘었다.
이런 계약 단가에 손대기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칫 정부 기관의 신뢰를 깰 수 있는 데다 제조업체가 생산량을 줄일 수 있어서다. 식약처 양진영 차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가격 인하로 생산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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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이윤 200원도 안 돼
그렇다고 판매처인 약국의 이윤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약국은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로부터 장당 1100원에 사들인 뒤 1500원에 판매하는 구조다. 언뜻 400원의 마진이 생길 것 같지만, 부가세 등 각종 세금에 신용카드사 수수료까지 합하면 211원이 빠져나간다. 한 약사는 “공적 마스크 판매에 따른 업무 피로도에 ‘동네북’ 스트레스까지 따지면 차라리 안 파는 게 낫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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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 안정세 일반 물량 가격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공적 공급 계약이 끝나는 이달 말 이후 마스크 가격문제를 우선 민간 유통의 영역에 맡겨보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크 총리’라는 별명을 가진 정세균 총리는 전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가격문제와 관련한 의견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적정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일반 물량으로 유통 중인 마스크(KF94기준)의 경우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 주 KF94 마스크의 가격은 오프라인에서 평균 1691원, 온라인에서 2711원으로 형성됐다. 올 2월 오프라인·온라인 가격은 각각 2000원, 4000원이 넘었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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