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요 급감에 이런 일까지?..비행기에 둥지 튼 새들[떴다떴다 변비행]
“비행기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말레이시아 항공사인 에어아시아 소속 정비사들은 주기(주차)돼 있는 A330 항공기를 정비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새들이 항공기의 날개 아래쪽에 둥지를 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이 막히고 여행수요가 급감하자 항공사들은 보유 중인 항공기 대부분을 주기장(주차장)에 보관해 놓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비행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새들이 둥지를 트는 일까지 벌어진 겁니다.
그렇다면 주기된 항공기는 그냥 그대로 세워두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항공기 제작사들이 제공하는 매뉴얼에는 주차 기간에 따라 정기 점검을 반드시 하게 하도록 돼있습니다. 곧 바로 이륙을 해도 좋을 만큼 최상의 상태로 유지 관리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죠. 반야트 한사쿨 에어아시아 엔지니어팀 최고 책임자는 “운휴 중이더라도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항공기를 유지하기 데는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항공사들이 운휴 결정을 하면서 가장 고민을 하는 것은 수 십~수백 대에 이르는 항공기를 어디에 보관할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김포나 인천공항에 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항공기는 일단 습한 곳보다는 건조한 곳에 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항공기의 각종 장비와 부품, 동체 등이 부식이나 습기 등에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습한 날씨는 아니어서 김포 또는 인천공항에 주기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후가 습한 나라들의 경우엔 항공기를 국외로 옮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예로 싱가포르 항공은 A380 항공기 일부를 호주 사막지대인 앨리스 스프링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항공은 약 20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인데, 이 중 여객기와 화물기 약 20대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항공기를 운항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운항 항공기 대다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멈춰 있지만, 일부 항공기는 호주 등 해외에서 보관 중입니다. 호주 사막지대에 보관하는 건 건조한 기후 때문입니다. 고온다습한 싱가포르에서 항공기를 장기간 보관하면 동체 부식 및 첨단 장비의 고장 위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가 보관돼있는 곳은 미국 뉴멕시코의 ‘로즈웰 국제항공센터’라고 합니다. 약 350여대가 보관돼 있는데요. 이 곳은 은퇴한 항공기들이 새 주인을 맞이하기 전에 보관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만큼 항공기를 주기해 놓는데 최적의 곳이라는 의미일 겁니다.
주기된 항공기의 정비는 주기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기간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멈춰있는 항공기의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아 놔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거대한 엔진은 천으로 막아두고 있습니다.
먼지나 모래 등이 쌓이는 것을 막아야 하고, 가끔 새들이나 벌레들이 들어와 둥지를 틀고 알을 까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조 동력장치의 입구 및 출구는 물론이고, 각종 비행 데이터 수집하는 기능을 하는 장비 등도 덮개를 씌워서 보호해야 합니다. 동체 내 외관에 불필요한 잔여물이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인 청소도 해야 합니다
항공기 엔진 오일도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야 합니다. 엔진 오일이 누출 되지 않았는지를 우선 점검해야 합니다. 항공기 기종 마다 다르긴 하지만, 항공기 운용 시간에 따라 오일을 얼마나 교환을 해야 하는지 매뉴얼로 정해져 있습니다. 오일에 함유된 각종 금속량을 측정해서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오일을 교환해야 한다고 합니다.
항공기 타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기 타이어는 위치를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공기 바퀴가 한 상태로 오랫동안 있으면 타이어에 변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항공기 타이어가 평평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견인기기를 이용해 임의로 항공기를 앞뒤로 움직이거나, 항공기 타이어에 가해지는 압력을 해제하는 작업 등을 합니다.
기계는 계속 돌려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항공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기 엔진과 보조 동력장치에 전원을 공급하고, 장기 주차에 대비해 항공기 설정을 바꾸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공기 밸브를 비롯해서 동체 곳곳에 있는 공기 유입구를 닫아서 기내로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내 습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물먹는 ○○’ 등 제습제를 다량으로 가져다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내 청소와 카펫과 커튼 세탁, 내부 소독 작업도 기본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관리 사항입니다.
항공기를 주기해 놔도 관리 유지비는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기가 날지 못하는 중에도 많은 비용을 바닥에 뿌리고 있는 셈입니다. 주기료도 내야 하는데요. 한달에 수천~수억 원의 주기료가 발생합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주기 기간이 길어지자 일시적으로 주기료를 면제 또는 유예해 주기로 했습니다. 항공기는 쉬고 있지만, 정비사들은 항공기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하늘길이 항공기들로 북적였으면 좋겠습니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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