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검사하지 않는 라오스·태국 국경..치앙마이까지 일사천리
━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13)
13일 차, 버스로 국경을 넘어 태국 치앙마이로
아침에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메콩강변에 있는 라오스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볼만한 구경거리는 없다. 단지 허름한 사찰만 있을 뿐이다. 오늘 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라오스 출국장에서 1인당 1만 킵이 필요하다고 해 5만 킵을 아침 식사 후 환전을 하기로 했다.
구글 앱으로 찾아보니 가까운 곳에 은행이 있어 걸어서 찾아갔다. 100달러를 주면서 50달러를 바꿔 달라고 했더니만 1달러에 8543 킵으로 환전해 준다. 어제저녁 호텔에서는 라오스 돈인 킵만 받는다고 해 간이환전소에 갔더니 처음에는 1달러에 7000 킵으로 환전해 준다고 했다. 루앙프라방에서 8500 킵으로 환전했다며 더 올려달라고 하니까 7500 킵까지 해 준다고 해 마지못해 그렇게 했는데 은행이라 제대로 환전해 주어 다행이다.
이곳은 태국 치앙마이와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오가는 사람이 잠시 머물다 가는 길목이라 외국 관광객이 많다. 여기 와서 보니 이틀에 걸쳐 우리가 타고 온 슬로우 보트 이외에도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고속 보트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내를 한 바퀴 둘러 본 다음 숙소 앞 테이블에 앉아 시장에서 사 온 땅콩과 빵, 과일 등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외국 여행 와 이렇게 여유롭고 한가하게 지내기는 처음이다.
오랜만에 날씨가 맑아 햇살이 비치고 오후 1시가 지나자 덥다. 여행 시작 후 지금까지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아 대부분 좀 춥다고 느꼈는데 이제야 우리의 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큰 길거리 옆 호텔 앞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오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럽다. 12시가 좀 지나자 학생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지 오토바이를 타고 나온다. 남학생은 대부분 머리를 짧게 깎았고, 여학생은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다닌다. 라오스의 학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가 점심시간인데 집에 가서 밥을 먹고 다시 학교에 간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은 점심 먹으러 가서 다시 학교로 안 오기도 한단다. 여자들은 햇살이 비치니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도 양산을 받쳐 들고 간다.
오후 4시가 되자 툭툭이가 호텔로 픽업하러 왔다. 20분 정도 달려 운전사가 국경 부근의 출입국관리소에 내려주면서 출국하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이제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로 출·입국했는데 걸어서 이웃 나라로 출국하는 것은 처음이다. 여권과 함께 작성한 출국신고서와 1만 킵을 창구에 제출하니 간단히 쓱 훑어보고는 도장을 쾅쾅 찍어 준다. 짐 검사도 없어 여행용 가방을 소지한 채 그냥 나가면 끝이다. 너무 간단하다. 10분도 걸리지 않아 출국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운전사가 출국 게이트를 지나 버스 타는 데까지 안내해 주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건물을 빠져나오자 바로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 버스는 라오스와 태국 출입국관리사무소 간을 운행한다. 버스에 캐리어를 싣고 메콩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 태국으로 넘어갔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육지로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좀 신기하기도 하다. 짐 검사가 없기 때문에 비행기보다 훨씬 간단하다.
메콩강 다리를 건너 조금 달리자 태국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 버스가 정차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는데 직원이 와서 샘플을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 준다. 주변 나라보다 선진국이라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출입국관리소에는 우리 일행밖에 없어 입국 심사도 간단히 끝났다. 입국신고서에 관광이라고 게재하니까 전혀 문제 삼지 않는다. 숙소는 치앙마이의 적당한 호텔 이름을 적었다. 라오스에서 산 음료수와 과일 등도 그냥 비닐봉지에 넣어 들고 갔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라오스 출국과 태국 입국하는데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라오스 출국 심사를 마친 다음 버스를 타고 메콩강 다리를 건너 태국 입국장까지 온 다음 입국신고서를 쓰고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육로로 걸어 출입국을 하니까 그냥 여권 검사만 한다. 입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여권에 통관 도장을 찍는 데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출국장을 나와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니 저 앞에 미니밴이 보인다. 우리가 타고 갈 자동차인 것 같아서 물어보니 타라고 한다. 어제 여행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10여 명이 탈 수 있는 미니밴이다. 라오스 여행사에서 티케팅하고 관련 비용을 지급했는데도 태국까지 다 연락이 된 모양이다.
외국인 4명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조금 지나자 검문소에서 경찰이 차 창문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더니 그냥 가라고 한다. 석양을 맞으며 치앙마이로 달린다. 새로운 경험이 하나하나 쌓여간다. 태국은 영국의 영향을 받아 운전대가 차량 왼쪽에 있다. 중앙분리대가 꽃으로 조성된 4차선의 쭉 뻗은 도로를 미니밴은 아무런 거침없이 시원하게 달린다.
6시가 지나니 어둠이 스멀스멀 밀려든다. 도로 상태가 중간에 보수한 자국 하나 없이 깨끗하다. 6시 50경 치앙라이에 도착해서 도로변에서 인도인 2명을 내려주고 다시 달린다. 애초 치앙라이도 관광하려고 하였으나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고 하여 치앙마이로 곧장 가기로 했다. 치앙라이에서 치앙마이 간 도로 상태도 아주 좋다. 시골길이라 그런지 신호등도 별로 없어 거의 쉬지 않고 달린다.
컴컴한 어둠을 뚫고 산길은 아니지만 조금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달린다. 100km 이상의 속력으로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나든다. 조금 더 지나니 꼬불꼬불한 산길이 나온다. 그래도 우리 차는 속력을 줄이지 않고 2차선의 길을 잘도 달린다. 중간에 소도시 몇 곳 지났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신호등이나 횡단보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도시를 지날 때 길 양옆에 각각 마을이 있는데도 횡단보도가 없다. 그러면 그냥 무단 횡단하라는 것인가? 이해가 잘 안 된다. 중간의 30분 정도는 도로공사를 하는 관계로 꼬불꼬불하고 털털거리는 산길을 지났다. 차량이나 오토바이의 클랙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밤 10시에 치앙마이 터미널에 도착했다. 주변에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몇 군데를 들러 보아도 빈방이 없단다.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 모양이다.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 마침 방이 있다고 하여서 들어가 보니 조건이 괜찮은데 가격도 방 1개에 550 바트란다. 1바트가 36원 정도니 1만9800원이다. 대단히 저렴한데 남자 세 명이 자는 방은 싱글침대가 3개 있다. 그동안 남자 3명인데 더블침대만 2개가 있어 한 침대에서는 두 명의 남자가 자야 하는 불편이 있었는데 참 다행이다.
짐을 방에 넣어두고 11시가 넘은 시각에 간단히 요기라도 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갔다. 관광객들이 거리의 노점에서 음식과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여러 군데를 다녀보아도 마땅한 곳이 없어 길거리에 포장마차같이 생긴 곳에서 해물 쌀국수를 먹었다. 오는 도중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가지고 숙소로 와 야외탁자에서 맥주를 마시며 내일 일정을 논의하는 등 담소를 나누었다.
이야기하다 보니 맥주가 떨어져 12시가 넘은 시각에 가게에 들렀으나 12시가 넘으면 술을 못 팔게 되어 있다고 해 헛걸음을 쳤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었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