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市, 군사작전하듯.. 삼성·현대차 광고판 무더기 철거
2025년까지 설치 계약했는데 市, 경관 개선 내세워 철거 요구.. 하룻밤 새 190곳 중 67곳 없애
중국 베이징의 중심가인 창안제(長安街)를 장식하고 있던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거리 광고판들이 하룻밤 새 무더기로 사라졌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 이 광고판들은 계약 기간이 2025년 말이지만 베이징시 당국이 '경관 업그레이드'를 명분으로 군사 작전하듯 일방적으로 철거한 것이다.
교민들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12일 오후 11시부터 4개 철거팀, 100여명을 투입해 창안제 일대 190개(삼성전자 91개, 현대차 99개)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두 회사 광고판 중 67곳을 철거했다. 나머지 광고판들도 모두 철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광고판들은 한·중 수교 20주년이었던 2012년 창안제 일대에 설치된 것으로 비·바람을 피하는 버스 정류장과 광고판을 겸한 시설이다. 창안제는 베이징을 동서로 관통하는 길이 43km의 중심 도로로 천안문과 인민대회당, 각종 관공서 및 금융기관, 최고급 호텔들이 들어선 베이징의 자존심과 같은 공간이다. 이들 버스 정류장에는 다른 외국 기업들의 광고판은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광고판들은 '사드 갈등' 때도 한때 철거설이 있었지만 건재했다.
특히 이들 광고판은 중국의 항일 전승 70주년 퍼레이드가 열렸던 2015년 '퍼레이드에 맞춰 업그레이드 해달라'는 베이징시 측의 요구로 한국 업체가 30여억원을 들여 LED 조명과 스테인리스강(鋼) 등으로 리모델링까지 한 결과물이다. 당시 베이징 당국 측은 2017년 말 종료 예정이던 광고 계약도 2025년 12월까지로 연장했다.
하지만 베이징시는 2016년 3월부터 갑자기 태도가 돌변, 광고판을 설치한 한국 업체에 철거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창안제 경관을 개선하고 불량 광고물을 정리한다'는 이유였다. 베이징시의 요구와 허가에 따라 광고판을 만들고 합법적으로 계약까지 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한국 업체는 "철거하면 수백억원의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해왔다. 베이징시는 그러나 "억울하면 법원에 제소하라"는 입장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철거를 밀어붙인 것이다. 주중 한국 대사관이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무시했다고 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베어크리크, 우정힐스, 더헤븐 등 20곳 ‘친환경 골프장 베스트20’ 선정
- ‘K-의료’ 찾은 외국인 환자,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100만명 넘겨…역대 최다
- ‘지역 맞춤형’ 광역형 비자, 외국 고급인재 ‘무제한 거주’ 톱티어 비자 오늘부터 시행
- ’尹 탄핵심판’ 선고 D-2… 재판관들은 결정문 손질 중
- 美 대사관, 尹 선고 앞두고 안전 공지...“평화로운 집회도 언제든 변질될 수 있어”
- 기저귀만 찬 아이가 왕복 6차선 도로 위에…무슨 일?
- 나체 합성사진 만들어 텔레그램 ‘지인능욕방’ 유포…15명 적발
- 출범 5년차 공수처, 직접 기소 사건 중 첫 유죄 확정 판결... ‘고소장 분실·위조’ 前 검사 선고
- 경북 예천 밭에서 농부산불 소각 추정 화재…80대 숨져
- “들고양이 혐오스러워” 무허가 공기총으로 쏴 죽인 60대 항소심도 집행유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