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쓰는이력서] 단국대 홍순규, 최고의 블루워커를 꿈꾸다
[점프볼=강현지 기자]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예비 프로'의 취업 이력서. 열 번째 주인공은 단국대학교 홍순규(23, 197cm)다. 부산 중앙고의 부흥기를 이끈 홍순규가 단국대로 진학, 하도현과 강력한 더블포스트를 구축하기까지. 그가 걸어온 농구선수의 길을 살펴보고 2017년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 성장과정
홍순규는 중학교 3학년 때 본격적인 농구부 생활을 시작했다. 시작은 길거리 농구였다. 홍순규와 한 팀이었던 친구가 길거리 농구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것을 부산 중앙고 강양현 코치가 보게 된다. 그때부터 부산 중앙고의 작업(?)이 시작됐다. 형들은 홍순규를 분식집을 데려가면서 설득했고, 강 코치는 그가 다니던 중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농구를 잘 하진 못했어요. 그냥 공을 치고 다니는 것만 할 줄 알았지 레이업 자세도 나오지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제 신장을 보고 찾아오신 것 같아요. 그때 키가 193cm정도 됐어요.“
부산 중앙고로 진학한 홍순규는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정강호(상명대)와 1학년 때 유급을 하고, 기본기 훈련을 시작한다. “계단 뛰거나, 러닝을 뛰면서 체력 훈련을 했어요. 농구는 피벗만 했죠. 또 강호랑 리바운드 내기도 종종 했어요. 먼저 몇 개를 따내면 먼저 쉬는 내기도 하고…. 그렇게 알아가면서 재미를 붙인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운명 같은 경기를 치르며 홍순규는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떨친다. 바로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대회다. 당시 2학년이었던 홍순규는 동기 정강호와 3학년 천기범, 배규혁, 1학년 허재윤, 정진욱과 대회에 출전했다. 6명으로 출전한 대회였지만 예선전에서 정진욱이 쇄골을 다쳐 남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악조건 속에 부산 중앙고는 신림고, 제물포고, 홍대부고, 광신정보산업고, 안양고 등을 제치고 허훈, 김국찬, 고동현 등이 속한 용산고와 마주한다. 결승전에서 부산 중앙고에게 또 한 번의 위기가 닥친다. 5명 중 2명이 파울아웃 당해 3명만이 코트에 남은 것. 결과는 63-89. 부산 중앙고는 준우승을 거두며 코트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홍순규는 당시 경기를 “원래는 9명이었어요. 창원이랑 김해에서 천재민(연세대)과 강병현(중앙대), 최보강이 전학을 오긴 했지만, 출전 징계로 뛰질 못했죠. 진욱이가 다치고, 선생님이 각자 테이핑을 해주시면서 진욱이 이름을 적어주셨어요. 그게 이슈가 됐죠”라고 회상했다. 39분간 뛴 그의 기록은 8득점 8리바운드.
“농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당시 경기에 뛸 수 있었던 인원이 적다 보니 체력은 자연스럽게 길러졌어요. 선생님이 하나만 강조하셨어요. ‘리바운드’. 그때 잘할 수 있었던 것이 리바운드, 골밑슛밖에 없었는데, 열심히 했죠. (천)기범이가 워낙 패스를 잘해주고 했으니까요.”
※ 홍순규의 대학리그 정규리그 성적
2017시즌 7.92득점 8.31리바운드 3.38어시스트
2016시즌 9.6득점 11.1리바운드(전체 1위) 1.4어시스트
2015시즌 14.9득점 13.9리바운드(전체 1위)
2014시즌 10.8득점 7.6리바운드
#수상경력
2017년 제33회 MBC배 전국대학농구 영광대회 감투상
2016년 대학농구리그 남대부 리바운드상 수상
2015년 대학농구리그 남대부 리바운드상 수상
그의 골밑 장점을 높이 산 석승호 감독이 홍순규를 단국대로 데려온다. 1학년 때부터 홍순규는 하도현과 더블 포스트를 구축하며, 순위표 계단을 지난 시즌까지 11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졸업생이 없어 전열 이탈이 없었던 2017년, 단국대는 더 높은 곳을 올려다봤다.
건강하게 돌아온 전태영과 성장한 권시현, 더욱 강력해진 더블포스트로 리그 중반 1위에 오르며 대권을 노리던 단국대였지만,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4위(13승 3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홍순규도 부상자 중 한 명.
“작년 농구대잔치 때부터 시즌 개막전까지 문제가 될 게 없었어요. 그러다가 리바운드를 따내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상대 발을 밟고 발목을 다쳤어요. 거기다 교생 실습이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휴식을 갖지도 못했고, 짧게 쉬고 경기에 투입됐어요.” 단국대의 기세가 한풀 꺾인 이유를 홍순규는 이렇게 설명했다.
단국대는 정규리그 우승을 거둔 고려대(1승 1패)와는 접전의 경기를 펼쳤지만, 중앙대와 연세대를 상대로는 그렇지 못했다. 5월 26일 중앙대전(52-85)은 전태영이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6월 26일 연세대전은 골밑에서 밀려(29-36) 65-74로 아쉽게 패했다. 대학농구리그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단국대가 쓴웃음을 지은 이유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내렸던 홍순규의 기록도 주춤했다. “농구가 안 풀리면 혼잣말을 많이 하게 됐어요. 자책하는 것처럼요. (마음만큼) 몸이 안 따라줘서 그런 것 같아요. 최근 고민도 농구뿐이에요.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에 아직 이르긴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를 걱정하긴 하는데, 먼저 농구를 잘하고 싶어요.”
# 입사 후 포부
더블포스트를 구축하고 있는 하도현과는 스타일이 어떻게 다를까. 그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학창시절 맞대결은 여수시장기 대회. 홍순규는 부산 중앙고, 하도현은 전주고 소속으로 상대했는데, 홍순규는 당시 강양현 코치가 한 말을 기억해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강 코치님이 저랑 비슷한 선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정면 맞대결 상대는 아니었어요. 전 방영기를 맡았었거든요.”
수상 이력에도 드러나듯이 홍순규는 득점보다 리바운드,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한 스타일이다. 하도현과 다른 부분은 스피드. “도현이는 잘 달려요. 근데 전 뛰는 폼이 잘 못 달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웃음).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체중 감량을 하고 있는데, 좀 더 보완이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 홍순규, 스스로 장점에 대해서는 “리바운드, 수비에서 자신 있어요. 4학년 때는 발목 부상이 있어서 점프를 뛸 때 낮아지긴 했지만, 연습 경기를 통해서 점차 다시 끌어올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단점은 마인드 컨트롤. 졸업을 앞두고 프로에 본 모습을 좀 더 보여주고 싶고, 또 부상을 당한 터라 불안한 마음에 나오는 안 좋은 습관 중 하나다. “올해 경기가 잘 안 풀려서 자책도 많이 하고,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했었어요. 여름에 있었던 MBC배, 종별선수권 대회부터는 이 부분을 줄이면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고 있죠.”
롤 모델은 이승현(상무/오리온)을 뽑았다. 단점은 노력으로 계속 지워나가야 하는 부분이지만, 우선은 장점을 강점으로 살리겠다는 의지다. “이승현 선수는 대학 때까지는 공격이 주 옵션이었지만, 프로로서는 궂은일을 먼저 하고, 찬스가 나면 넣어주는 선수잖아요. 그런 점을 본받고 싶어요.”
“슛 연습은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 스타일은 웬만하면 가져가려고요. (스타일을) 바꾸기보다 수비, 리바운드 장점을 더 살리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미래상을 밝힌 홍순규는 단국대의 유니폼을 입고 참가하는 남은 두 대회, 대학농구 플레이오프와 전국체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을 그리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준비 잘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체전은 꼭 매달을 따고 싶고요. 4학년 남은 기간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단국대는 9월 13일, 성균관대, 한양대 중 승자와 6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갖는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한필상, 유용우, 주민영 기자)
2017-08-26 강현지(kkang@jumpball.co.kr)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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