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환경기술의 미래 4차 산업혁명서 찾아야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으며, 희망의 봄이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의 첫머리다. 프랑스 혁명시대의 격변과 혼돈을 모순적으로 표현한 명문장으로 꼽힌다. 소설이 나온 지 150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으로 거대 화두가 된 ‘4차 산업혁명’열풍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기술개발이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모호한 실체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혼재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이 거의 모든 분야에 접목되고 다양한 영역의 융·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공급자와 수요자가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플랫폼이 구축됨에 따라, 자원 활용의 효율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은 실제 자산을 소유하는 대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무엇보다 혁신의 시작이 되는 R&D를 주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국이나 독일처럼, 혁신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 진보를 실현하고 이것이 새로운 산업과 플랫폼으로 구현되어 수익을 창출해, 그 수익으로 기술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환경 R&D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에서 볼 수 있듯, 환경오염사고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환경오염 감시·모니터링·예측·관리를 통한 사전예방적 환경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만약 인공지능, 사물인터넷과 같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이 환경 모니터링, 환경기초시설 관리,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감시 분야에 적용된다면 이러한 환경오염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미세먼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같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 4차 산업혁명을 연계한 환경 R&D를 추진한다면, 국민들의 건강한 생활환경 조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환경 R&D 과제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접목시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세먼지 예보 기술, 드론을 띄워 굴뚝의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기술 등을 개발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지원한다. 또한 상수관로에 로봇을 투입해 수도관의 누수나 노후화를 진단하거나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실내 공기 중 유해물질을 실시간 측정하고 제어하는 초소형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환경기술의 개발과 투자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최근 환경산업기술원이 2011년부터 추진해 온 R&D 과제 총 858개를 분석한 결과,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과제는 전체 과제의 5.7% 수준인 49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환경 R&D 기술개발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새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3분기 중으로 범부처 대응 추진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도 지난 달 ‘4차 산업혁명과 환경’ 컨퍼런스를 개최해 지능형 환경정책 구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환경 현안 해결과 국민 체감형 정책 서비스 개발 계획을 밝혔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환경 R&D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규 사업기획 단계부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환경기술을 적극 반영하고 전략적 예산 투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학교, 기업 등 관계자들의 소통을 활성화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된 기술 개발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주창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의 말처럼, 4차 산업혁명은 미지의 세계다. 그러나 이 미지의 세계를 희망의 봄으로 맞이할지 절망의 겨울로 삼을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선상원 (won6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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