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46] 4차 산업혁명의 그늘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2017. 7. 5. 03: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국민과 정부, 진보와 보수, 여성과 남성. 대한민국만큼 단합과 소통이 어려운 나라도 드물 것이다. 가끔 신기할 정도로 모두가 동의하는 일도 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이다. 왜 하필 4차 산업혁명일까? '세계 3대 대학' '5대 박물관' '음악의 3대 아버지'. 언제나 누군가(대부분 백인이나 일본 남성이겠다) 잘 정리한 정답만 달달 외웠기 때문일까? 이름에 숫자가 붙는 순간 갑자기 더 설득력 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언론과 교수들이 만들어낸 '사기'일까? 물론 아니다. 육체적 노동력을 넘어 기계가 인간의 지적 능력까지 대체할 4차 산업혁명. 산업, 경제적 변화만 아니라 사회, 정치, 그리고 인류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가장 급한 걱정은 일자리다. 직업의 절반 정도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노동시간을 줄여 더 많은 사람과 일자리를 나눠야 할까? 아니면 차라리 보편적 기초 소득을 도입해야 할까? 둘 다 후손에게 엄청난 재정 부담을 넘기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반대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만큼 사람도 줄어들면 되지 않을까? 솔직하게 질문해 보자. 우리는 왜 저출산을 걱정하는 걸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구 절벽은 불행 중 다행 아닐까?

가장 이상적 해결책은 물론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억지로 만든 '좀비 일자리'가 아닌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자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일자리 말이다. 역시 솔직하게 물어보자. 기계가 모든 것을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그런 일자리를 몇 개나 더 만들어낼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걱정하면 듣는 이야기다. 사서 걱정한다고. 과거 산업혁명도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느냐고.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시작된 영국에서는 18세기에서 19세기 사이 70년 가까이 일자리와 임금이 줄었고 불평등이 늘었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언젠가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전에 드리울 4차 산업혁명의 그늘에도 대비해야 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방직기가 설치된 직물 공장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숙련 수공업자들은 돈벌이를 잃고 공장 노동자로 취직해야 했다. /AFP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